더글라스 샌더스 교수

국제 레즈비언·게이 연합(ILGA)을 대표해 지난 1992년에 개최된 UN 연설 중 최초로 커밍아웃을 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 있다. 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럼비아 대학 더글라스 샌더스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일 그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국제법에 의거한 인권과 성 정체성’이라는 열정적인 강연을 마친 더글라스 샌더스(Douglas Sanders) 교수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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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경우 인권위원회 조사대상 제 30조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임을 이유로 방송사로부터 외면 당한 홍석천 사건과 동성애 관련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 사이트로 분류해 논란이 된 ‘엑스 존’ 사건 등 동성애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편견이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국가의 동성애자 인권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법률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법적인 변화와 투쟁은 동성애자의 인권을 위해 필요한 첫 단계이며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다. 물론 차별을 규제하는 법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용이나 교육에 있어서 명시적 차별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의 존재는 다양한 문제해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성적 지향’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는 청소년보호법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조치인가에 대해 말하겠다. 정보나 자료 접근을 차단할 때 청소년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을 떳떳하게 해석하며 드러내지 못해 ‘나는 혼자다. 나만 이상하다’는 식의 생각으로 인해 부정적 성향을 갖게 된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성적취향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 한국 동성애자들의 위치와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한국 동성애자들의 현실에 대한 자료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외국의 동성애자 여행가이드에는 “한국은 게이·레즈비언을 아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라고 소개돼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홍석천 사건과 엑스존 사건 등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침해의 현실이 국제적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월드컵을 맞이해 서울의 거리 곳곳에는 “한국은 세계를 환영한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한국이 환영하는 ‘세계’ 속에 동성애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세계의 흐름과 경향이 포함돼 있기를 바란다. 한국은 세계를 환영하지만 세계는 한국을 시험하고 있다.”

-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활동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보이는 곳에서 존재를 알려나가는 것이 운동의 시작이다. 외국의 경우 연예인이나 패션계 등 예술 계통의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역시 중요한 현상이긴 하지만 더 효과적인 것은 나처럼 ‘지루한 법대 교수’가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다.(웃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나와서 커밍아웃을 하고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외국의 경우 정치적으로 우익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에 대한 엄청난 편견을 갖고 핍박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그들 형제나 자매, 친척 중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성애자들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형제나 친척 중에 이성애자들이 존재하니까. (웃음)”

-동성애자 인권운동으로서 ‘퍼레이드’가 가지는 영향력은 무엇인가.

“더 드러낼수록 차별은 줄어든다. 퍼레이드는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나타내는’ 행위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조명되는 동성애자들의 퍼레이드는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의 힘’을 발휘할 뿐 아니라 성적인 다양성이 존재함을 가르쳐준다. 서양의 경우 퍼레이드를 통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모순적인 것은 이런 퍼레이드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 언론이 선정적이고 기괴한 장면을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이상한 옷을 입고 돌출적인 행위를 하는 모습만을 포착, 더 많은 괴리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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