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부산대 법대 교수

올해 55세가 된 김순덕씨(가명)는 30년 전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할 당시 김씨와 김씨의 남편이 가진 것이라고는 건강한 신체가 전부였다. 김씨 부부는 억척스럽게 일을 해 돈을 모았으며 그 결과 결혼 10년만에 자그마한 과일가게를 내게 됐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가게를 돌보면서도 집안살림과 세 아이의 뒷바라지를 도맡았다. 다행히 가게는 꽤 잘되는 편이었다. 김씨 부부는 여기서 번 돈으로 집을 사고 가게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30년의 혼인기간 동안 김씨 부부는 두 채의 집과 상당한 규모의 점포를 장만했는데 이 재산은 모두 김씨 남편의 명의로 등기됐다.

최근 들어 김씨의 남편은 아내 몰래 집 한 채를 처분해 증권에 투자했으나 오히려 빚만 지게 됐다. 김씨의 남편은 남은 집마저 팔아서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증권에 투자해 그 동안의 손실을 회복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게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생각도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남편을 말리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남편은 자기 재산을 자기가 알아서 쓰는데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오히려 폭언으로 대응했다.

이 경우 김씨가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남편과 함께 이룬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안타깝게도 현행법은 이런 경우 김씨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혼인중에 마련한 집과 점포 등의 재산은 김씨의 수고와 희생을 밑거름으로 해 형성된 것이지만 모두 남편 명의로 돼 있다보니 김씨 자신의 몫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행 민법은 이런 경우에도 재산의 명의자로 돼 있는 김씨의 남편만을 유일한 소유자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씨가 가게운영이나 가사노동 등을 통해 재산형성에 실질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김씨는 남편 명의로 돼 있는 재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한다(부부별산제의 원칙). 그러므로 김씨의 남편이 이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더라도 김씨로서는 막을 길이 없다. 이와 같은 결과가 부당하다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김씨 부부가 혼인중에 취득한 재산은 부부 공동의 노력에 의한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아내인 김씨에게도 자신의 노력과 수고에 따른 몫(지분)이 인정돼야 마땅하다. 혼인중에 취득한 재산을 부부의 공동소유로 보는 법제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돼 있다(이 경우 아내와 남편은 혼인중에 형성한 재산에 대해 1/2씩의 지분을 갖는다).

이런 법제도하에서는 부부가 혼인중에 집을 마련해 남편의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에도 이 집은 부부의 공동소유로 취급된다. 따라서 남편이 아내의 동의없이 주택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남편이 아내의 동의없이 재산을 처분하려고 시도했거나 재산을 낭비했다면 아내는 혼인중에도 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현행법에 의하면 김씨가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분할청구를 하는 것뿐이다(그러나 이혼을 대비해 남편이 이미 재산을 빼돌린 경우에는 이런 방법도 실제로 거의 소용이 없다). 이 경우 김씨는 남편 명의로 돼 있는 재산 중 일부에 대해서 분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씨는 평생을 함께 살아온 남편과의 이혼까지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후를 염려하는 김씨가 최소한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외에는 없다. 결국 현행 법제도하에서 김씨는 이혼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굳이 이혼을 원하지 않지만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이혼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김씨. 우리는 정녕 ‘이혼 권하는 사회’를 원하는가.

gabapentin generic for what http://lensbyluca.com/generic/for/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