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근·현대 미술과 여성> 심포지엄서 와카구와 교수
이제까지 순수예술의 표상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아온 여성 누드화가 실상은 정치적 부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국내 대학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제기돼 이목을 끌었다.
지난 달 31일 이대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근·현대 미술과 여성> 심포지엄에서 일본의 와카구와 미도리 교수는 ‘근·현대 일본회화에 있어서 누드의 정치성’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비정치적이며 미를 위해 바쳐진 것이라고 기술해 온 누드가 실은 지극히 정치적 테마였음을 주장해 국내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왜 그간 무수한 화가들은 순수미를 추구한다는 이름으로 여성의 나체를 선택했는가.”
와카구와 미도리 교수는 “여성의 신체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누드화는 근대미학의 승리가 아닌 남성성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수동적 대상으로 존재하는 여성의 누드화가 번성하는 것은 남성의 욕망과 폭력 앞에 놓인 여성의 신체가 제국주의적 단계에 들어간 국가에서는 타국을 침략해 식민지화하는 남성적인 힘, 군사력의 메타포였기 때문”이라는 견해.
그는 또 “제국주의적 단계에 이른 근대국가에서 미술은 극도로 젠더(gender)화된다”는 명제를 내세우며 “젠더화된다는 것은 회화의 주제가 여성의 신체에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국주의란 남성 지배 사회 특유의 폭력에 의한 타자지배이므로 국가의 욕망은 정복당하기를 기다리거나 실제로 정복당한 여성의 신체로 표상되는 것”이며, “여성 나체는 제국주의적 단계에 들어간 국가들이 필요로 한 정치적 테마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심포지엄에서 이케다 시노부 교수는 1920년 후반부터 1940년대에 걸쳐 일본에서 즐겨 그려진 중국 옷의 여성상은 “동양 맹주로서의 중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여성의 신체와 동일시하는 침략의 프로젝트”였음을 주장, 제국주의하 미술 안에서 ‘여성 이미지’가 가지는 정치성을 확고히 반증했다.
문이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