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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큰 변화의 하나는 여성기업인의 대두다. 기업을 통해 자신의 존재 양식을 설계하려는 여성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여성 경영인들에게 과학적인 경영마인드는 '부재하다'는 낙인이 찍혀 있다. 이런 문제의식의 소산일까. 국내 처음으로 경영학을 여성문제와 접목시킨 한 여성 경영학자가 나와 주목된다. 덕성여대의 정희선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30년 동안 경영학을 연구해 온 정희선 교수는 최근‘여성을 위한 경영학’(법문사)을 출간, 지난 5일 한국 프레스 센터 20층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여성 경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한 그가 말하는‘여성과 경영’, 그 의미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여성은 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많은 차별적 대우를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어요. 기존 경영학 또한 주로 기업의 관점에서 남성 경영자를 전제로 쓰여진 것이 많았지요. 여성들의 필요에 의해 여성의 관점에서 경영학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희선 교수가 최근 그의 저서 <여성을 위한 경영학>을 펴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출발한다. 정 교수가 지난 3년 전 덕성여대에서 ‘여성과 경영’이란 과목을 새로이 신설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여성도 이제 기업과 경영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해 자신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과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무엇보다 이 시대 여성들을 지배하는 가장 강한 욕구가 다름아닌 경제적 자립에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경제적 자립은 여성들에게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맛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그를 위해 여성들 스스로가 경영활동에 대한 관심과 학습의 기회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지만 갖고 도전할 수 있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사와 육아 문제, 사회적 편견 등 아직도 처리돼야 할 많은 사회적 장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여성에게 사회활동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고 자금 인력 정보 기술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정 교수는 “최근들어 기업들이 중요한 미래 인적 자원으로서의 여성의 능력에 주목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적 지원도 여성들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만큼 여성들에게 미래는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들이 고려해야 할 대목으로 정 교수는 무엇보다 “경영이란 개념부터 새롭게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경영자는 비용과 이익에만 집착하는 생산중심적 사고에 머물렀다면 현재의 경영자는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하는 마케팅 중심의 사고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고객만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제품이 상품으로서의 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 교수는 우리 여성들이 앞으로 경영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대적 경영마인드의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상황을 폭넓게 바라보는 가운데 고객의 욕구를 면밀히 분석해 내고, 또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론을 개발해 내는 사람만이 성공적인 여성 경영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학 지식, 삶의 경영에 접목할 수 있어야

현대적 경영마인드 최대 키워드는 고객만족

성공적인 여성 경영인이란 어떤 사람일까.

정 교수는 “유능한 여성 경영자란 반드시 기업에 진출해 활동하는 여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100인 기업의 사장이 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건 아니면 주부로서 가정을 관리하건 그 사람이 스스로 조직 경영의 재능을 창출하고 그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간다면 성공한 경영자”라고 말했다.

사실 가정에서 여성이 해온 역할이 바로 경영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그간 기업체에 나와서 일을 안했다 뿐이지 가족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구체적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익숙하게 경영을 해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여성이 한 가정의 주부로서 또는 개인으로서 성공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에도 기업 경영의 원리와 과정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 교수는 “현명한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경영학의 이론과 지식을 자신의 삶의 경영에 유효하게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마인드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사고의 훈련이고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정교수는 말했다. 누가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늘상 고민하고 고객의 입장이 돼서 시장과 환경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교수는 여성들에게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깨어 있을 때만이 효과적인 계획과 목표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목표가 올바르게 설정됐을 때 우리에게 일은 구체적인 의미로 다가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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