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캄보디아·태국의 주된 식사를 중심으로

박금순/대구가톨릭대학교 생활과학부 교수

이 글은 대구 가톨릭대학교 생활과학부 박금순 교수가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우리와 유사한 식문화를 가진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3개국을 돌며 살펴본 그들만의 음식문화를 소개한 것이다. 잘 아는 듯 하지만 실은 잘 모르는 이들 3개국의 음식문화를 통해 말로만의 세계화가 아닌 진정한 세계 이웃 알아가기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북쪽에 긴 반달모양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1.4배, 국민의 80%는 불교신자다.

하노이는 정치적 수도이지만 예전의 사이공은 호치민시로 불리며 베트남의 역동적 상업 중심지로 가장 큰 도시를 이루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번화한 거리와 서방세계의 모습을 갖고 있다.

시내 곳곳에 우리나라에서 진출한 기업들의 간판과 한국산 소형 승용차, 물결치듯 거리를 메우는 오토바이족. 또 밤의 호치민은 유람선에서 나오는 불빛과 도시야경이 휘황찬란하다.

베트남은 1천년간 중국의 통치하에 있었고 19세기 말에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중국과 프랑스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음식문화에서도 아시아와 유럽의 음식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적인 베트남 음식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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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남단 인도차이나 꼬리 부분의 메콩강 삼각주(미토)는 풍요의 땅으로 풍부한 수자원과 비옥한 삼각주 덕분에 쌀, 바나나, 귤, 코코넛, 망고같은 열대 과일이 풍부하다. 태국과 마찬가지로 채소와 어패류를 많이 이용하고 중국의 영향을 받아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그러나 태국음식보다 덜 매우며 중국음식보다 기름을 적게 사용해 맛이 순하고 산뜻하다. 향신채로는 생강, 고수, 레몬글라스, 민트를 사용하고 조미료로는 라임즙, 고추, 생선간장을 적절하게 써서 상큼하면서도 깊은맛을 낸다.

또한 메콩강 하류지역은 베트남 제일의 곡창지대로 풍부한 쌀을 이용한 각종 요리가 발달했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포(pho: 쌀국수)다. 주로 아침에 많이 먹으며 사용하는 육수와 고기가 쇠고기이면 포보(pho bo), 닭고기이면 포가(pho ga)라고 한다.

남부지방에서는 삶은 쌀국수를 대접에 넣고 쪽파, 파슬리, 숙주, 육계피 등을 올려서 얇게 썬 쇠고기나 닭고기를 얹어 고기뼈로 만든 육수를 붓는다. 북부지방에서는 숙주나 계피를 넣지 않고 육수는 담백하며 쇠고기나 닭고기를 완자처럼 해서 올려 먹기도 하고 유부를 넣기도 한다.

호치민 지방의 국수는 포보다 약간 가늘고 질기며 중국 국수와 비슷한데 국물맛이 독특하다. 고이쿠온(goi cuon)은 우리나라에서 상추쌈 싸먹듯 여러 가지 야채와 해물, 고기를 반짱(rice paper)에 싸서 소스에 찍어먹는 쌈요리다. 이와 비슷한 요리로서 짜죠(cha gio)는 우리나라의 튀김만두와 비슷한 것으로 고기와 목이버섯, 당면 등을 반짱에 싸서 기름에 튀긴 음식이며 바삭바삭한 반짱의 향이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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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식으로서는 쌀로 밥 뿐 아니라 국수나 전병, 케이크를 자주 만들어 먹으며 녹두를 밥에 섞어나 죽을 만들어 먹는다. 조리법은 튀기거나 볶는 등 비교적 간단하며 일상적인 반찬으로는 숙주, 죽순, 부추, 가지 등을 볶거나 튀긴 음식들이 있고 두부와 튀긴 유부도 자주 먹는 식품이다.

식사예절로는 밥은 개인그릇에 담은 후 밥그릇을 입가에 대고 젓가락으로 밥을 입안으로 밀어넣어 먹으며 밥그릇은 항상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숟가락은 국을 먹을 때만 사용하고 식사도중 식탁위에 숟가락을 놓을 때는 반드시 엎어둔다. 찬물을 마시지 않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한꺼번에 마시지 않고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신다.

또한 베트남인들은 오징어, 해삼, 바다고슴도치, 홍합, 고래, 게 그리고 민물새우, 바다새우 등 다양한 생선으로 많은 종류의 젓갈을 만드는데 느억맘(nuoc mam)은 생선간장으로서 중요한 조미료로 이용된다. 고이쿠온이나 짜죠도 이 소스에 찍어서 먹는다.

캄보디아는 인도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남서쪽의 메콩강변에 위치한 비옥하고 밀림이 우거진 나라다.

10C 이후 크메르 역사상 가장 황금기인 앙코르 제국이 섰고 이 제국이 세운 사원 앙코르와트는 현재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로 기록돼 있는 세계적인 유적지다. 그러나 1975-78년에 크메르루즈에 의해 자행된 공포스런 대량학살(killing field)과 이어진 내란은 이 나라를 황폐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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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C 이후 소승불교가 국교인 나라였으나 지난 수십년간 캄보디아는 영적인 암흑 속에 있었다. 크메르인이 인구의 80%를 구성하고 있으며 문화의 뿌리는 흰두교와 불교다.

주식은 쌀이며 톤레삽 호수의 풍부한 수산물과 수상촌으로 인해 생선을 많이 먹는다. 캄보디아 음식(Khmer Food)이라고 특별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으며 대체로 태국이나 중국음식, 베트남 음식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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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잘 모르겠으나 칠리소스를 이용한 생선요리가 인상깊었다. 톤레삽 호수에서 잡히는 갖가지 생선에 칠리소스와 땅콩, 피망, 고추를 넣어 볶아 비린내가 전혀 없었다.

다음으로 바나나 꽃잎을 넣은 샐러드도 색달랐다. 닭살과 양파, 고추, 땅콩, 향신채인 바질(basil)과 또 다른 열대 향신료들을 사용해 싱싱하고 향긋한 느낌을 받았으며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은 여행객에게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줬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대부분 밖에서 사먹는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취사용 가스가 도입되면서 점차 가정식으로 변하고 있었다. 일반 가정에서는 밥과 간단한 반찬이 전부이며 태국이나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간장 내지는 생선소스가 보편화돼 있다.

캄보디아도 역시 면류가 발달돼 있으며 육류로는 돼지고기, 닭고기를 좋아한다. 면류나 볶음밥 종류는 맛이나 향에서 태국이나 베트남과 별반 차이가 없다.

캄보디아 음식의 특징은 태국음식처럼 많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는 것. 베트남이나 태국에서도 쓰는 향이 독특한 향신채 종류들을 음식에 많이 쓰고 있으나 “냄새나는 풀”을 빼달라고 주문하면 우리의 입맛에도 무난한 음식이 된다.

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반도 면적의 2.3배 정도되는 국토가 동쪽은 라오스, 캄보디아 서쪽은 미얀마, 북쪽은 중국 고원지대와 접하고 있는 나라다. 전형적인 열대기후로 우기, 건기, 여름 3계절을 갖고 있으며 국민의 95%가 불교신자로 식생활에도 불교의 영향이 강하게 배어 있다.

태국은 중국·인도·포루투칼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음식문화를 발달시켰다. 중국식 냄비와 면류나 장류를 이용하며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는다.

포루투칼에서 들어온 칠리가 태국음식의 주재료로 정착했으며 우리가 흔히 카레라고 부르는 인도의 커리(Curry)같은 향신료 사용이 우수하다.

태국 음식문화의 특징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식과 부식인 반찬으로 구성돼 있으며 불교의 영향으로 한 달에 4일간은 소, 돼지고기를 팔지 않을 정도로 살생을 금하고 있어 주로 생선·닭고기·채소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 시각적인 면을 중요하게 여기며 단맛·신맛·톡 쏘는 매운맛의 복합적인 맛을 즐긴다.

태국인들도 우리와 같이 발효식품인 젓갈을 이용하는데 생선 간장인 남플라(nampla)와 새우를 으깨어 발효시킨 것으로 검은 보라색을 가진 우리의 된장처럼 보이는 가피가 있다. 태국의 스프는 톰얌이라 하는데 새우스프는 톰얌쿵, 닭고기 스프는 톰얌카, 흰살생선 스프는 톰얌푸다. 톰얌쿵(tom yam kung)은 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프로 중국의 상어지느러미 스프, 프랑스의 부이야베스(생선스프)와 함께 세계3대 스프로 꼽힌다.

톰얌쿵은 우리나라의 신선로처럼 생긴 냄비나 도자기 냄비에 담아 끓이는 것으로 새우, 생선, 닭고기, 버섯등의 주재료에 레몬그라스, 월계수잎, 라임즙, 남플라, 고수, 고추 등의 향신료와 조미료로 맛을 내어 신맛이 산뜻하다. 어패류의 맛이 조화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태국의 커리는 밥이나 국수에 얹어서 먹는데 커리페이스트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붉은 고추를 사용한 레드커리페이스트 와 청고추를 사용한 그린 커리페이스트는 절구속에 다진 청고추, 마늘, 생강, 양파, 레몬그라스를 넣고 즙이 나올때까지 으깬다. 여기에 우리나라 전국 사찰주변에 많이 자라고 있는 고수와 육두구, 새우페이스트를 넣어 잘 혼합한 후 기름과 잘 섞으면 된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한꺼번에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1달 내지 몇 달 동안 생선, 육류, 커리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한다.

태국에서도 쌀국수를 많이 먹는데 칼국수처럼 납작한 것을 즐겨먹고 가는 쌀국수는 센레크 라고 하여 기름에 볶거나 튀겨서 국물에 말아먹는다. 유명한 것으로는 새우, 숙주, 부추를 넣어 볶은 국수 팟타이(pad thai)가 있는데 태국요리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의 쌀국수와 비슷하게 레몬즙, 고추, 설탕, 남플라를 사용한다.

이상과 같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의 음식문화를 찾아보면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 기후나 환경적인 차이는 있지만 이들 3국이 모두 주·부식이 분리돼 있고 주식으로 쌀, 면류를 좋아하며 또한 발효음식을 기본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점 등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에서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들은 각각의 독특한 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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