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멀리 제주에서는 시선을 집중시킨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월드컵 경축문화행사인 ‘다이나믹 코리아 페스티벌 2002’의 일환으로 열린 <제주해녀축제>가 그것. 제주전통문화연구소가 주관한 이 행사는 거친 바다에서 태왁 하나에 몸을 싣고 고된 삶을 일궈온 온 제주의 할머니, 어머니, 누이들의 삶을 통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는 문화축제가 되도록 한다는 취지의 행사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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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리 무혼굿에 참석한 세화리 해녀들에게 새다림(邪쫓음)을 해주고 있는 문순실 심방(육지의 만신 혹은 무당).

제주 해녀 축제는 무엇보다 바람결에 물결에 몸을 던져 목숨을 건 삶을 살아온 제주해녀들에게 삶의 위안과 의지가 된 무속신앙과 그들의 투쟁을 다룬 공연이 주축을 이뤘다.

월드컵 개막 경기를 하루 앞둔 30일에는 바람의 신들인 설문대 할망과 영등신을 맞이하는 바람축제가 펼쳐졌다.

제주도를 창조했다는 여신 설문대 할망 대형인형의 거리행진이 시선을 끌었고 이어 탑동 공연장에서는 바람맞이춤(이애주), 대형인형극, 그리고 박재동 화백의 슬라이드 쇼를 배경으로 한 설문대 할망에 관한 서사시 낭송 등으로 설문대 할망의 이미지가 다양하게 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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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리 해녀항쟁을 재현하고 있는 ‘놀이패 한라산’.

또 인간문화재 김윤수 심방과 칠머리당굿 보존회원들은 음력 2월 제주에 찾아오는 바람신인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영등굿을 펼쳐 보였다. 해녀축제 이틀째인 6월 1일 북제주군의 세화리에서는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영혼을 위무하는 요즘은 보기 힘든 무혼굿이 제주도 지방문화재 이중춘 심방(만신, 무당)과 큰굿보존회 회원들에 의해 봉행됐다.

바쁜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십여명의 세화리 해녀들은 진지한 마음으로 굿에 임해 심방들과 함께 억울한 수중 혼들의 길을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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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리 장터에서 무혼굿을 집행하는 이중춘 심방(가운데)과 큰굿보존회 위원들.

제주해녀들은 1932년 일제의 수탈에 대항해 한국역사상 최초로 여성주도의 조직된 항일투쟁을 벌였는데 70년 전의 그 함성이 6월 2일 12시 세화리 해녀항쟁기념탑에서 출발, 세화리 장터에까지 이어진 거리굿에서 재현됐다.

당시 십대의 앳된 나이로 그 항쟁의 현장에 직접 참여했던 88세의 고이화 할머니는 그때의 생생했던 기억을 증언하며 거리굿 행렬에 참여한 세화고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에게 제주해녀들이 겪은 고통을 잊지 말기를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제주 해녀들의 민요공연과 노래 빛 사월의 노래공연, 또 전남의 거문도 뱃노래, 극단 자갈치의 마당극 및 영남에서 온 춤꾼들의 문둥춤과 한량춤 등 다양한 초청공연이 있었다.

한편 6월 3일부터 5일까지는 제주 전역의 주요 신당들을 답사하는 신당기행이 있었고 해녀축제의 마지막날에는 남제주군의 사계리에서 거리굿, 잠수굿, 해녀 경창대회, 잠수 줄다리기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참관후기

이 행사는 많은 의미를 가짐에도 전반적으로 볼 때 많은 아쉬움을 남긴 행사였다. 무엇보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관객 수는 화려하게 장식된 공연현장을 무색하게 했다.

행사장에 참여한 관람객의 대부분은 행사를 주관하는 스탭들과 다른 공연자들의 연행을 지켜보는 공연자들,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마늘 공판과 양파수확으로 물질만 아니라 밭일도 같이 하는 제주 해녀들에게 지금은 일년 중 가장 바쁜 때이다.

햇볕이 나는 날 하루하루가 아까워 비오는 날에만 겨우 어쩔 수 없는 휴식을 취하는 그들에게 낮에 앉아 공연을 보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이다.

또 “제주 섬 해녀문화 바다건너 세계로”라는 기치가 어떻게 달성될 수 있을지도 의아스럽다. 월드컵 경기 보도로 세계 각국에서 밀려왔다는 외국인 취재진들을 해녀축제 행사장에서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윤교임/ 미국 인디애나 대학 민속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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