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재테크]

신용카드는 소비 사회를 이끄는 기본인가. 가정 경제를 해치는 주범인가.

스테판 폴란과 마크 레빈은 <다쓰고 죽어라>(해냄 출판사)라는 책에서 신용카드는 문제점이 많으니, “현금을 쓰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신용카드는 잘못 쓰게 되면 큰 낭패를 겪게 된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생각없이 돈을 빌렸다가 고율의 이자율로 카드 빚 잔치를 벌려야 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18개 카드사의 연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체된 카드 빚을 막기 위해 다시 카드사에 대출을 받은 사람이 35만명에 이르고, 이들이 갚지 않은 잔액도 2조여원에 육박하고 있다. 심지어는 카드 빚을 막아주는 사채시장까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잘만 쓰면 소비자들에게 많은 편리와 혜택을 가져다 준다. 카드, 돈 되게 쓸 순 없을까. 이것만은 알고 사용하자.

다섯가지는 꼭 알자

신용카드 사용자의 대부분은 다음 5가지를 잘 모른다. ‘자기 이름으로 등록된 카드가 몇 장인지, 한 달에 카드로 얼마를 쓰는지 카드사의 이율이 얼마나 높은지, 자기가 진 빚이 얼마인지, 그리고 지금 지갑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를 말이다. 한달 카드 사용 규모를 모르는 것은 계획적인 소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지갑에 든 현금을 모르는 것은 플라스틱 카드에 중독되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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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인당 20개의 카드가 발급되는 미국에선 개인파산의 90%가 지나친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빚’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2백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드 빚은 지난해 말 기준 3조 5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넘어섰다. 불행하게도 우리들은 매달 날아오는 카드 대금 청구서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위기를 느낀다. 그로 인해 카드사들의 ‘배짱’만 두둑해 졌다.

쓰지 않는 카드는 폐기하라

우선 카드가 너무 많이 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카드 발급 수는 1억장. 현재 국내 경제활동 인구 1인당 4장 이상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말 기준 8천9백만장이었으니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는 쓰지 않는 카드도 많다. 카드를 받아놓고 단 한번도 쓰지 않는 ‘장롱카드’는 무려 20%.

무엇보다 카드사측의 ‘일단 발행하고 보자는 식'의 관행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도 마지못해 주변 권유에 의해 가입한 카드라면 ‘일단 가입한 뒤 없애버리면 된다’며 무심하게 생각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보다 외화낭비다. 카드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반도체 칩이 있기 때문이다.

카드 금리도 대단히 높다. 돈을 연 이율 5∼6%에 조달해서 카드 사용자에게 연 12.7∼25.7%의 이자로 빌려주고 있으니 어지간히 높은 셈이다. 가만히 앉아서 최고 20%가까운 이자 수입을 챙기는 셈이다. 최근 이같은 비난을 의식해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 카드 사용자가 아직 그 혜택을 느끼기는 어렵다. 9.9∼17%에 이르는 할부 수수료율도 마찬가지다.

계획적인 씀씀이가 중요하다

신용카드, 제대로 써야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득과 지출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자신이 이자를 얼마나 내고 또 대출 원금을 얼마나 내는지 기록해 본다면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매출 전표를 보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요령이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카드사 SMS(short message service) 서비스를 이용해 볼 일이다. 이 서비스는 회원이 카드를 사용하면 바로 회원 휴대폰에 카드 사용 여부를 알려준다.

카드를 사용하면 돈을 훨씬 많이 쓴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점이다. 현금을 쓰면 지갑이 얇아지는 것을 곧바로 느끼지만, 카드는 그렇질 않다. 무엇보다 카드 한도액을 가능한 낮출 일이다. 신용카드 한도는 월평균 임금을 훨씬 웃도는 경우가 많다. 수입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은 한도액을 받았을 경우라면 카드사에 연락해 낮춰놓도록 하자.

이 모든 관리가 차라리 힘든 사람이라면 이자율과 수수료가 가장 낮은 카드 하나만 지갑에 넣고 나머지는 꺼내기 힘든 장소에 보관하자. 다른 카드는 과감히 잘라버리자.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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