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크린 광고가 나오면 나는 채널을 바꿔버린다. 무언가 기분이 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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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부인은 옥시크린 넣으셨구, 누구 부인도 옥시크린 넣으셨구. 어머! 누구 부인은 깜박했나봐!'

왜 기분이 상한걸까.

내가 저울대에 올려 있는, 누군가에 의해 평가를 당하는, 남편의 와이셔츠를 잘 빨아 대려 입혀 내보내야 한다는, 꼭 빨래를 잘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암시는 아닐까. 더 나아가서는 부인은 살림을 잘 해야 된다는, 사회 전체적인, 전부터 이어 내려오는, 약자였던 여자에게 불리한 불평등의 압력은 아닐까.

여자들은 매일 밥하고 쓸고 닦고 쉬지 않고 일해 왔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무보수 가사노동의 부가가치가 국내 총생산의 35%라고 했던가. 쓸고 닦는 것을 생각해 보자. 하루 이틀 뒤에 노동은 남는 게 없다. 일한 표가 안난다는 말이다. 허무하다. 다시 반복된 노동이 필요할 뿐이다. 이것을 삶이라고 적응하면서 산다.

난 "깨끗하게 치워야 기분이 좋아"하며 매일 쓸고 닦는다. 책을 읽으면 내용이 남고, 옷을 만들면 옷이 내 몸에 봉사한다. 그러나 청소는 끝이 없다. 거기에 쓰이는 에너지가 허망하다. 무언가 잘못된 거 아닐까.

독자 심규옥(bozzim47@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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