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일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소장

이웃나라 일본 전통문화의 정수를 맛 볼 기회가 생겼다. 세계 민족무용 연구소는 세계 무형 문화재 초청 시리즈, 그 네 번째로 일본의 천년 불교문화 예술인 <모쓰지 엔넨의 춤>을 오는 8~9일 한국예술종합학교 KUNA홀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각각 선보인다. 이 행사를 주최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세계민족무용연구소의 허영일 소장을 만나 이번 행사의 의미와 일본 전통문화의 특성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 왜 지금 일본 문화인가.

“일본의 대중문화는 어느 정도 소개됐지만 순수 예술 면에서는 일본의 문화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어요. 지금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월드컵을 치르고 있고 올해는 특히 한일문화 교류의 원년인 만큼 우리 한국민들에게 일본 문화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6-1.jpg

허영일 교수는 “일본 전통문화의 뿌리는 불교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그 불교가 우리나라를 거쳐 전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공연은 단순한 초청공연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대 불교의 원형을 살펴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인의 문화적 정서 깊은 곳까지 그 이해의 폭을 넓힘은 물론이다.

- ‘모쓰지 엔넨의 춤’, 어떤 건가.

“해마다 정월 20일이면 일본의 동북지방 히라이즈미(平原)에 있는 절 모쓰지에서는 축제가 열려요. 이때 행해지는 종교의식이 바로 엔넨(延年)입니다.” ‘엔넨’이란 ‘무병장수’를 뜻하는 말이다. 이 절에서 법회를 치른 후 치러진 가무를 총칭해서 엔넨이라고 한다. 이 모쓰지 엔넨의 춤은 헤이안 시대 말기(1095~1189) 후지와라 집안에서 3대(100년)에 걸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다 스님들에게로 전수돼 살아남은 일본의 대표적인 귀족문화다. 이때는 일본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불상과 사찰이 건립돼 불교문화가 가장 크게 번성했던 시기다. ‘모쓰지’는 히라이즈미를 대표하는 사원. 지난 1226년의 화재로 전소됐으나 다시 복구됐다. 예술은 영원하다 했던가. 천년 불교 문화예술인 당시의 춤과 음악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전승돼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허 교수는 전한다.

- 주된 볼거리는 무엇이며 공연은 누가, 어떻게 진행하나.

“모쓰지 엔넨의 춤은 승려들이 추는 춤이예요. 7가지의 춤이 다양하게 선보일텐데 자큐죠( 若女: 젊은 여자)의 춤과 로죠(老女: 할머니)의 춤을 유념해서 보세요. 특히 로죠는 이 공연의 백미라고 할 수 있어요. 여장한 승려가 나와 몸의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아주 흥미로울 겁니다.”

일본의 전통문화는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이 공존한다. 귀족문화이긴 하지만 모쓰지 엔넨의 춤은 일본인들에게는 모든 사람이 즐기는 축제로 정착이 돼 있다.

~16-2.jpg

문화의 교류는 결국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일본 전통 문화 유치를 계기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허 교수는 “백제 후손들이 일본 속에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 문화의 면면을 읽어 내릴 수 있다는 자긍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전통 문화는 부러울 만치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그 원형이 너무도 잘 보존돼 있다. 일본이 받아들인 그것이 비록 외래문화라 하더라도 이미 일본 속으로 가면 새로운 문화로, 또 그것이 전통으로 살아남는 장인정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금 제기되는 화두는 ‘우리 한국 문화의 정체성은 무언가’로 환원된다. 허교수가 이끄는 연구소가 기획하는 세계무형문화 초청 시리즈가 우리 민족 무용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공연문의 (02)520-8137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