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 걸

서부극은 남성의 전유물인 경우가 허다하지만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도 더러 눈에 띈다.

<총알을 물어라>와 <솔저 블루>의 캔디스 버겐과 <캣볼루>의 제인 폰다와 같은 선배의 뒤를 이어 <퀵 앤 데드>에서는 샤론 스톤이, <나쁜 여자들>에서는 메들린 스토우, 메리 스튜어트 메스터슨, 앤디 멕도웰, 드류 베리모어가 총을 잡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합쳐도 <셰인>의 알란 랏드나 <황야의 무법자>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카리스마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애교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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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역사에서 진정한 여성 주인공을 찾는 수밖에 없는데 켈러미티 제인이야말로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설적인 여성이다. 본명이 마사 제인 카나리였던 켈러미티 제인 (1848년-1903년)은 다코타에서 태어났다. 일찍 어머니를 잃어 고아처럼 성장했으며, 말을 잘 타고 총을 잘 쏜 덕분에 쿡 장군과 카스터 장군 휘하에서 기병대, 우편 배달부, 말몰이꾼, 인디언 스카우터 등으로 남북 전쟁에 참여했다.

남자 옷차림에 담배를 씹어대며 거친 언어를 썼던 그녀는 와일드 빌 히콕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고, 그가 암살된 후 와일드 웨스트 쇼 극단 공연자로 떠돌아 다녔다. 숱한 일화를 남긴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White Devil of the Yellostone’이라고 추모하며 빌의 곁에 묻어주었다.

제인에 관한 영화는 극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졌다. 제인 역을 맡은 유명 여배우만 해도 진 아서, 제인 러셀, 이본느 데칼로, 캐롤 버넷, 도리스 데이, 제인 알렉산더, 안젤리카 휴스톤 등 쟁쟁하다. 이 중 국내에 출시된 작품은 DVD로 출시된 데이 주연의 고전 뮤지컬 <켈러미티 제인>과 비디오로 출시된 휴스톤 주연의 TV 영화 <버팔로 걸 Buffalo Girl> 두 편.

휴스톤이라는 배우 이미지에서도 알 수 있듯 <버팔로 걸>은 희화화된, 혹은 건강하고 밝게만 그려졌던 기존의 제인 영화에서 벗어나 진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제인은 거추장스럽고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아름다운 여성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일방적으로 보호하려는 관습적 에피소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는 이 같은 요소 때문에 동성애 코드로 읽히기도 했다. <바팔로 걸>은 쇼걸 도라(멜라니 그리피스)의 딸을 맡아 키우기까지의 오랜 우정을 담고 있다. 로드 하디의 1996년 작이다.

옥선희/ 비디오, DVD 칼럼니스트 oksunhee@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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