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히 쌓인 재떨이, 아무데나 벗어던진 옷가지들, 흩어져있는 신문

지, 책들 앞에서 두 다리 뻗대고 악악대며 울어버리고 싶은 참담한

심정을 그 누가 알랴. 임신한 딸의 몸보신을 위해 친정어머니가 커

다란 냄비 가득히 끓여다 준 꼬리곰탕을 온식구가 몽땅 먹어치워 직

장 일로 늦게 귀가한 며느리는 국물 한방울 먹어보지 못하는 어처구

니없는 일은 또 어떻고,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설날 음식을 간단히

준비하라면서 “떡이나 좀 하고, 전이나 부치고, 빈대떡 좀 하고, 만

두나 빚고... 아무튼 간단히 준비해라”한다.

직장에서는 사내결혼이라는 핸디캡에다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고민

하는 아내에게 생명의 신성함만을 역설하는 남편은 아무런 해결책도

없다. 남편, 동규(박상원)는 영락없는 한국남자다. 매사에 사랑 하나

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 듯 착각속에 빠져있는 데다 결국 가부장

적 사고의 틀 속에서 아내를 힘겹게 만든다. 거기에다 신데렐라의

꿈을 쫓는 동규(차인표), 생모와의 만남으로 괴로워하는 민규(송승

헌), 가수가 되겠다고 설쳐대는 상옥(서유정), 모두가 아내의 어깨에

얹힌 무게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대 그리고 나'는 곳곳에서 여성들의 현실이 묻어난다. 직장과

가정이란 두곳의 일터에서 여성이 겪는 고충을 미화하지도 과장하지

도 않고 그대로,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엔 괜찮은 여성들이 꽤 나온다. 주인공인 수경(최

진실)은 물론이고 영규에게 버림받고서도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가는

미숙(김지영), 무능한 남편을 채근해서 백화점 정문에서 장사를 시작

한 수경의 올케언니(김화영)의 모습은 아름답다. 낭만과 꿈만을 먹고

사는 이모(박원숙)조차 경제력이 있다. 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이들은

모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있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인물들이 벌이는 여러 형태의 삶이 나름대로

모두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가지고 있고 일관성이 있다. 여성의 삶

이 어떻게 그려지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보아도 타 드라마에 비해 여

성의 현주소를 잘 짚어내면서 여성의 역할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보

는 시선이 마음에 든다. 시청률에서 앞서 가는 것도 이런 것들이 시

청자의 공감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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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대 그리고 나'는 모처럼 보는 좋은 드라마임엔 틀림없

지만 아쉬움을 주는 대목도 있다. 앞으로 닥칠 수경의 육아문제를

친정 부모가 맡는 것으로 너무 쉽게 해결해 버린 점이 걸린다. 취업

여성의 육아가 언제까지 개인적 해결로만 귀착되어야 하는건지, 한

여성의 사회적 성취를 위해 다른 한 여성이 희생하는 악순환을 최상

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언제까지 통용될 것인지 답답하기

만 하다.

그런 식의 해결책은 임시 방편으로 치부하고 드라마가 전개되어 가

는 동안 점차 육아문제를 사회적인 이슈가 되도록 방향을 바꾸어 간

다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그대 그리고 나'는 전통적인 사고만

을 고집하는 우리의 가족드라마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전상금/ 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 모니터회 회장, 한국공연예술진흥

협의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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