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원색 닮은 말레이시아 여성 ①]

말레이시아 여성들은 피부색깔도 다양하고 개성도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밝은 원색을 좋아한다. 그네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도 밝고 당당하다. 가정적 사회적 제도적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서 사고 방식도 단순하고 낙천적인 듯 하다.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여성들의 이런 모습이 한국여성들이 밝음과 희망, 의지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주머니 따로 차는 말레이시아 부부들

말레이시아 부부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면서 서로 돈주머니를 따로 찬다. 남편 수입 따로, 아내 수입 따로.

그래서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돈 계산은 철저하게 분리하는 경우가 흔하다. 교육비나 생활비는 내가, 의료비나 공공요금은 네가, 주택이나 차 부금은 또 누가 내고 식이다.

일단 자기가 맡은 비용을 부담하고 남은 나머지의 수입에 대해선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이곳의 많은 부부들이 지키며 사는 무언의 규칙이다.

영국의 식민지배 아래 있다가 독립한 말레이시아는 생활 사회 법률 정치 제도가 영국의 제도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아시아권치고는 사람들의 의식, 생활방식이 많이 서구화된 개발도상국가다.

독립 초창기부터 여성이 사회 생활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탓으로 사회의 인력분포 구조나 임금 책정 면에서 남녀간의 차이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맞벌이는 당연한 생활 방식이며 미혼 혹은 기혼여성에 대한 성차별은 관례적으로나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어찌 보면 상당히 진보적인 성평등국가다.

반면에 말레이시아 부부는 ‘나’ 보다는 ‘우리’ 라는 울타리를 엮어 모든 것을 같이 나누고 의지하는 가족으로서의 공동체 사고방식은 다소 결여돼 있다. 아마 결혼 이후에도 대부분 독립적 생활방식을 각자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 지붕 밑에서 같은 공간과 음식을 나누며 아이들을 키우는 부부이면서도 금전문제에 관해서는 네 돈, 내 돈, 생활비, 교육비 등을 꼭꼭 잘라서 계산, 분담하는 사업성이 두드러진다.

어떤 금전관계 형태가 부부간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문화마다 다르므로 쉽게 판단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금전문제가 부부간 긴장을 초래하는 가장 두드러지는 원인중의 하나인 것은 일반적 사실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여자의 역할이나 지위가 조금도 달라지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여성에 대한 제한이 많은 무슬림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인권이 사회적으로 잘 보장돼 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의 여성들은 삶에 대해 대체로 낙천적이면서도 당당하다. 그 원인은 바로 이들이 갖고 있는 경제권 때문일 것이다. 어떤 어려운 일이 닥친다 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을 부양하고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힘이 있다. 그들이 확보하고 있는 경제력이 확고한 만큼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인권, 영향력도 비례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아닐까.

임봉숙/ 말레이시아 통신원, 요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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