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여성노동권에 19세기 잣대 들이댄 시대착오”

농협 사내부부 해고무효확인소송 2심 기각에 분노

“사내부부 해고는 성차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지 이미 오래다. 사회적 합의조차 발맞추지 못하고 여성노동자의 평등 노동권을 가로막는 재판부의 후진성을 규탄한다.”(한국여성민우회 성명서)

199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내부부 직원 762쌍 중 752쌍의 배우자(여성 688명)를 명예퇴직한 농협중앙회의 정리해고에 대한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원고기각판결을 내려 여성노동계가 분노했다.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이인재)는 17일 “부부사원들에 대해 수 차례 명예퇴직을 종용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편들이 순환휴직 대상자가 될 것이고 그 후에 복직이 불투명하며 바로 정리해고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부직원의 일방을 대상자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고” “어느 편이 퇴직할 것인가는 부부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며 “아내사원이 퇴직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정만으로 남녀평등에 반하는 여성차별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지난 2월 알리안츠생명 사내부부 해고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청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부당 해고”라는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것과 상반되는 판결이다.

민우회 박봉정숙 여성노동센터 사무국장은 “사내부부 해고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기반해 여성의 노동시장 퇴출을 노린 성차별 해고라는 것을 4년여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알려왔는데 재판부는 기초적이고도 기본적인 남녀고용평등 해석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법조계의 인식수준으로는 어려운 사안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성차별 판결 모니터링 모임’은 재판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근대법과 우리나라의 헌법,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권의 주체는 ‘개인’인데 부부직원이 정리해고 대상자의 합리적 기준이라고 인정하는 재판부는 노동권의 주체를 ‘부부’라고 보고 있는 것인가?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의미하는 고용상의 성차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성차별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등의 질의에 답할 것을 요구했다.

모니터링 모임은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법적 공정성과 합리성, 법적 정의를 얘기하는 그 어느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판결”이라면서 “2심 재판부와 1심 재판부, 검찰과 농협중앙회 측 변호인단을 주요 공직에 진출해서는 안되는 명단에 일차적으로 포함하고 앞으로도 여성·시민단체와 연계해 성차별적인 법조인에 대한 감시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송자인 농협 해고직원 김미숙 김향아씨는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며 민우회는 “유엔에 제소하는 등 국제법에 호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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