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야! 도시락!~”

도시락을 놓고 간 아들이 탄 통학버스를 향해 필사적으로 뛰고 달리는 우리의 아줌마 양희경씨. 결론은 ‘대한민국 아줌마는 버스보다 빠르다’로 귀결된다. 최근 태평양 제약이 내놓은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의 광고 이야기다.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 그 힘을 케토톱이 뒷받침해준다는 메시지다. 중년에 이르면 관절염은 당연한 훈장인양 자신의 몸을 혹사해온 이 시대 아줌마들을 향한 정서적 호소도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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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쵸맨’이라는 노래에 맞춰 춤추는 건강한 노년을 카메라에 담아 흐뭇한 미소를 낳게 했던 태평양 제약이 이번에 내놓은 케토톱 광고의 컨셉은 ‘아줌마’다. 왜 ‘아줌마’인가.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광고의 논리는 하나다. 아줌마는 실제 물건을 살 때 지갑을 여는 가장 왕성한 소비자요,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케팅 대상자인 까닭이다. 그래서 요즘 기업들이 앞다퉈 아줌마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광고를 만든 동방기획의 허정민 대리는 “IMF를 지나오면서 가장 큰 고통과 시련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가정과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힘있는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획의도와는 달리 여기서 등장하고 있는 아줌마는 여전히 펑퍼짐하며 남과 비교해 지기 싫어하는, 힘센 아줌마의 이미지 그 이상을 뛰어넘진 못하고 있다.

다만 이 광고는 어렴풋하게나마 ‘도시락과의 전쟁’을 경험한 40, 50대 아줌마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할 지는 모르겠다. 기실 이 광고가 ‘대한민국 아줌마 파이팅!’ 시리즈로서 보다 많은 아줌마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아니 사실상 아줌마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라면 보다 심도있는 ‘아줌마 탐색전’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정과 사회를 넘나들며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 아줌마들의 모습은 얼마나 다양한 프리즘으로 존재하는가.

어찌됐든 이 통학버스를 실제로 따라잡기까지 일산 주택가 단지의 골목들과 횡단보도, 육교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달리기 연습을 했다는 촬영 후일담을 남긴 양희경씨, 그녀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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