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인권영화제]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 제 6회 인권영화제가 ‘전쟁과 인권’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린다. 전쟁이 남긴 혼란과 슬픔의 비극적 상흔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고발하는 것이 이번 영화제가 갖는 주제의식.

특징적인 것은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10편의 국내독립영화 가운데 절반이 여성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번 행사의 기획을 맡은 김정아씨는 “전반적인 독립영화의 발전 속에서 인권에 대한 명료한 작가의식과 영화적인 완성도가 돋보이는 여성감독들- 이지영, 이미영, 유현정, 박옥순, 류미례-의 작품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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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라보는 여성 감독들의 다양한 시도가 엿보이는 것은 이번 영화제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여성 감독 가운데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이지영, 이미영 감독을 만났다.

현장에서 에너지를 받는다

이지영 감독 <철로위의 사람들>

“영상이 운동에 적합한가에 고민이 많았어요. 작업을 하다보니 영상이라는 것이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죠.”

90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운동을 하려 했다는 이지영 감독. 우연한 계기로 찾아온 KBS 다큐멘터리 아르바이트 경험은 그의 인생을 ‘영화를 통한 세상 바꾸기’로 변화시켰다. 이때 만난 PD가 노동자 뉴스 제작단을 소개시켜줬기 때문. 얼떨결에(?) 카메라를 들게 된 그가 찾은 의외의 길은 어느새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돼버렸다. 현장에서 부대끼며 에너지를 받는다는 그의 말에서 제 길 찾은 자(?)의 만족감이 느껴진다.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눈빛, 순수한 열정. 그것들이 제 에너지의 근원이에요. 현장 목소리를 한참 담아내고 나서 편집을 마칠 때쯤은 힘이 소진되지만 그러면 또 현장으로 달려가 작업하면서 힘을 받고 그래요.”

이번 인권영화제에 상영되는 <철로위의 사람들>은 53년간에 걸친 어용노조의 역사를 끝내고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내레이션 없이 순전히 거친 현장음과 인터뷰만으로 구성돼 있다.

“관객이 이해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현장성을 최대한 살리고 싶더라구요. 영화제보다는 투쟁하신 노동자들에게 바치고 싶은 영화였거든요.” 그의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이렇듯 현장에서 부대낀 흔적이 생생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여성문제나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여성감독으로서 현장을 깊숙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다양한 소통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바람은 이렇다.

“이젠 ‘무르익은 것’을 보여주는 작업을 시작할 때인 것 같아요. 보다 깊은 것 말이에요.”

그녀의 또 다른 세상 알기

이미영 감독 <먼지, 사북을 묻다>

이미영 감독의 작품 <먼지, 사북을 묻다>는 지난 1980년 사북 탄광 파업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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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북 사건이 일어난 1980년 당시 다섯 살인 이미영 감독의 빛 바랜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주관적 내레이션을 통해 이 감독이 만나는 사북 사건 관련자를 따라 흘러간다.

“이 사건은 제가 경험한 사건이 아니잖아요. 다섯 살 꼬마일 때 내가 알던 세상,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내가 알아가는 세상을 담는 거니까요.”

작품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온갖 지방으로 수없이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녀야 하는 육체적인 고생도 그랬지만 사건에 관한 제대로 된 자료를 얻어내고 인터뷰를 따내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공공기관에 접근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사건의 관련자들 역시 쉽게 입을 열지 않았던 탓이다.

“주시하고 기다리고 거짓말하고 내내 그래야 했어요. 독립영화 찍는다고 하면 잘 안 만나주고 그러니까 기관인 양 거짓말도 하고, 온갖 인맥을 뻔뻔하게 활용했던 거죠.”

첫 영화인 <먼지의 집>에서부터 이번 <먼지, 사북을 묻다>까지 이 감독은 지난 5년간 내내 사북이라는 공간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냈다. “구상하고 있는 다음 작품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분간 ‘사북 이야기’는 접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탄광 이야기로 돌아온다.

“사북에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광부의 아내로 살거나 티켓다방으로 흘러가거나 해요. 정말 여성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동네거든요. 아주머니들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 정도예요.”

문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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