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라파렝 신내각 여성 비율 22%에 그쳐

우익, 국회의원 선거 여성후보 공천도 20% 불과

올해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재선되면서 우파의 승리로 끝났다. 5일에 있었던 선거 2차전, 즉 우파와 극우파의 대결에서 자크 시라크가 81.96%, 장 마리 르펜이 18.04%의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우파의 득세는 남녀동수 공천을 향한 걸음을 지체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새로 선임된 수상 장-삐에르 라파렝이 구성한 내각 명단을 살펴보면 여성의 비율이 22%로 남녀 동수와는 거리가 멀다. 3명의 여성 장관으로 미셸 알리오뜨-마리(국방부), 로젤린 바슐로-나르껭(환경부), 브리지뜨 쥐라르뎅(해외영토부 장관)이, 여성 정무차관으로 또끼아 사이피(항구적 발전), 도미니끄 베르시니(고용 불안정과 배제 반대 투쟁), 니꼴 아멜린(해양)이 임명됐다.

알리오뜨-마리는 프랑스 최초의 여성 국방부 장관이 돼 여성 유권자를 만족시켰다. 또 또끼아 사이피는 이민계 출신 여성으로서 최초로 내각에 영입돼 이민 여성에게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이같은 임용이 여성 정치인이 턱없이 부족한 우익의 현실을 감출 수는 없다.

프랑스는 오는 6월 9일과 16일에 각각 국회의원 1차·2차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는 40% 정도의 여성후보를 내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우파연합인 UMP(대통령 중심 다수당을 위한 연합)의 여성 후보는 20%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 시의원 선거에서 승전한 여성후보 덕분에 우파 진영의 여성후보 비율이 좀 더 높아지긴 했다. 게다가 대다수의 우익 후보(11일 현재 523명)가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UMP의 이름 아래 후보 등록을 함으로써 우익 정당의 여성후보 결핍 상황이 다소 나아졌

다.

한편 남녀 동수 공천법안에 의하면 각 정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남녀 후보를 같은 수로 공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국가에서 나오는 연봉을 삭감 당한다. 따라서 우파는 연봉이 15% 줄어드는 재정 손실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그 대신 선거 1차전에서 획득한 정당 득표수에 따라 나오는 국가 연봉을 통해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하겠다는 것이 우파의 계획이다. 결국 승산 없는 여성 후보보다 승산 있는 남성 후보를 내세워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파가 승리한다면 남녀 동수 공천제의 취지가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파의 승리를 속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라크가 획득한 82%의 지지율이 극우에 대항한 좌우 합작의 전략적 산물임을 염두에 둔다면 말이다.

<황보 신/ 프랑스 통신원 몽펠리에 3 대학 철학 박사 과정 >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