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노동상황, 국제 대회 '공정하게 맞춰라'서 고발

여공 몸수색도 서슴찮는 다국적 스포츠웨어 공장들 많아

마이클 조던과 베트남의 여공 ‘리 타이’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두 사람 모두 나이키를 위해 일한다. 차이점이라면 전자가 1996년 나이키 광고료로 2억 달러를 받은 데 비해 후자는 같은 해 500달러를 벌었다는 사실이다. 한 달에 42달러가 못되는 돈을 벌기 위해 여공 리타는 주당 80시간을 미싱에 매달리고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구타와 성희롱을 참아야 했다.

29살의 글로리아는 엘살바도르의 한 공장에서 다국적 기업의 스포츠웨어를 만들고 있다. 글로리아는 자신이 다니는 공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물량이 밀릴 때면 하루 12시간에서 18시간씩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장 측이 돈이 없다고 해서 잔업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장 안팎에는 감시카메라가 있습니다. 이 카메라는 한 사람이 화장실을 가는 횟수까지 체크합니다. 그리고 자주 작업장을 뜨면 즉각 공장장실로 불려가 질책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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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관한 회의가 독일에서 열렸다. 회의 시작에 앞서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을 상징하는 연극이 상연됐다. 사진 왼쪽은 회의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재봉공. 그는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공판을 앞두고 있다. <사진·조한나>

잔업을 거부하면 당장 쫓겨난다는 사실을 글로리아는 잘 알고 있다. 주당 80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통해 그가 얻는 것은 180유로(약 19만8천원)가 못되는 월급과 만성 위장병뿐이다.

지난 3일과 4일 독일에서 열린 ‘공정하게 맞춰라(fit for fair)’라는 국제대회에서 다국적

기업과 그 하청기업에서 일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의 비참한 노동상황을 알려 주목받았다.

‘세계각국 스포츠웨어 기업들의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위해’라는 부제를 단 이 회의에는 주최측인 독일 시민단체 ‘깨끗한 옷을 위한 캠페인’을 비롯, 세계 여러나라의 노조원 노동운동가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 이틀째에는 한국기업인 ‘국동’이 주요 주제로 등장했다. 한국은 80년대 초까지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가장 ‘사랑받았던’ 나라 중 하나다. 여러 특혜와 더불어 다국적 기업의 구미를 당긴 것은 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었다. 이 노동력의 대부분은 젊은 미혼여성이었다. 한국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힘겨운 투쟁을 했다.

하지만 투쟁의 결실로 이들의 권리가 증대되자 1980년대 중반부터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을 떠났다. 이에 따라 하청기업들도 하나둘 떠나 한국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1987년과 1992년 사이에 마산수출자유지역 노동자의 47%가 실업자가 됐다.

그러나 현재 해외에 있는 한국 기업들 역시 노동착취의 장본인이 되고 있다. 국동은 멕시코에 공장을 둔 하청업체다. 회의에서 보고된 내용에 의하면 국동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공장관리자의 폭행에 시달려왔다. 그러던 중 5명의 노동자들이 공장 식당음식의 개선을 요구하자 회사측은 이들을 해고시켰다.

이를 계기로 노동자들은 해고자 복직, 노동조건 개선, 어용노조 해체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600명 가량의 노동자가 이를 적극 지지하며 동참했다. 회사측은 파업 3일째 되는 날 경찰력을 동원해 이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17명의 노동자들이 부상을 당하는 등 사태가 악화됐다. 국동사태는 각국에 알려지게 됐고 이에 따라 여러 시민·노동단체들이 국동의 원청기업인 나이키와 리복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측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했으며 멕시코에서는 처음으로 노동자 스스로 노조위원을 선출하는 민주노조가 탄생했다.

이같은 경우는 유감스럽게도 국동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베트남에 있는 ‘삼양’의 관리인이 현지 노동자들을 신발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뜩이나 열악한 노동조건에 불만을 품고 있던 노동자들은 이를 계기로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 인권보호 단체인 베트남 레이버 워치(Vietnam Labour Watch)에 의하면 해외에 있는 한국·대만기업에서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같은 노동착취 사례뿐 아니라 작업중에 잡담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 입에 반창고를 붙이거나 퇴근시 여공의 몸을 수색하는 등 인간의 근본적인 존엄성을 유린하는 행동까지도 발견됐다고 한다.

조한나/ 독일 체육대학 여성학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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