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4일 평양에서는 남북,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의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재미·재일 동포활동가, 미국 법률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의 과거청산을 요구하는 아시아지역 토론회”(이하 토론회)가 열렸다. 북한 ‘종군위안부 및 태평양피해자보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연행 피해문제, 역사왜곡 문제, 일본의 군국주의화 등의 문제가 논의됐다.

정대협은 10일 평양 토론회 보고와 함께 평양 토론회의 성과들을 발표했다.

우선 정대협은 평양에서 남북의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만났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징용·징병 피해자들은 태평양 전쟁시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 일본정부가 사죄하고 법적으로 배상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둘째, 이번 토론회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일본의 과거청산을 요구하는 국제연대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발족하기로 합의하고 오는 10월 26일 일본에서 다음 모임을 갖기로 잠정 합의했다. 앞으로 협의회는 아시아 지역을 넘어서 세계로 그 범위를 넓혀 일본의 과거사 청산을 요구하는 단체와 개인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유엔, ILO 등 국제기구 활동에 있어서도 함께 연대해 일본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셋째, 회의를 마감하면서 참가자들은 유엔인권고등판무관과 일본총리에게 보내는 편지와 남북해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편 이 토론회에 참가했던 미국의 배리 피셔 변호사(국제인권변호사협 수석부회장)는 현재 미국에서 일본정부를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소송을 진행중이다. 미국에서의 위안부 소송은 외국인불법행위 배상청구법에 근거해 일본에 국제적 압력을 행사하여 일본으로 하여금 배상하고 사죄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자는 취지로 재미한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소송을 조직하고 있는 정연진씨는 “미국 소송은 집단소송의 형식을 띠므로 승소할 경우 소송의 원고들 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즉 징용, 위안부 피해문제가 제3국인 미국법정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국소송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고 이번 토론회에서도 조선민주법률가협회가 피셔 변호사와 심층적 토의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 정부는 미국 소송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미국 소송팀의 요청에도 소극적이다. 평양 토론회를 통해 남북의 피해자들이 만나고 남북활동가들이 아시아지역 활동가들과 연대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만큼 위안부 및 징용 피해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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