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폭언·폭행, 권위적 문화부터 바꿔야

직장내 폭언·폭행이 만연하고 있으나 관련법의 사각지대에 속해 문제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 의한 폭행·구타행위만을 금지하고 있다. 형법에서는 관례적으로 전치 3주 이상의 진단서를 떼는 경우에만 처벌한다. 또 민법상의 모욕, 명예훼손죄 등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광주시청에서 근무하는 ㅇ씨는 상사인 정모 과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당시 ㅇ씨는 미착공 아파트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를 아파트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라는 정 과장의 지시에 대해 이러이러해서 못하겠다고 얘기했다. 10분 후 ㅇ씨 자리로 온 정 과장은 결재판을 든 팔로 ㅇ씨의 어깨를 내리쳤다. ㅇ씨의 몸이 책상 앞으로 쏠리고 머리가 헝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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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에서 직장내 폭언·폭행, 간접차별 등의 근절을 요구하는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 <제공·한국여성민우회>

많은 민원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같은 일을 당한 그는 수치심과 창피함 등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ㅇ씨는 스트레스로 음식을 제대로 못먹고 잠을 못자 입원까지 하게 됐다. 이 사건은 광주시청 인터넷 게시판 등 여기저기에 퍼졌으며 결국 이달 둘째주 정 과장에게 부서를 옮기도록 하는 문책성 인사조치가 취해졌다. 정 과장은 1999년 9월에 여직원을 성추행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직장에서 발생하는 폭언·폭행 사건은 피해자에게 육체적 충격과 함께 몇배나 심한 정신적 모욕감을 준다. 다행히 ㅇ씨는 인터넷에서 형성된 여론과 직장내 분위기에 힘입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나 대부분의 폭언·폭행 사건은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결할 일 정도로 취급된다. 그러나 여성노동단체들은 폭언·폭행이 권위적인 직장문화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에 들어온 상담 551건 중 폭언·폭행 관련 내용은 92건이었다. 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이임혜경 상담실장은 “폭언·폭행이 개인적 일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상담이 계속 느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임 상담실장은 “상대방이 나이가 어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늘 반말을 하던 사람이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상대방에게 쉽게 폭언을 하게 되고 이것이 폭행으로까지 번진다”며 “이 아래에는 권위적인 직장 문화와 여성을 동료로 여기지 않고 여성이 하는 일은 하찮게 보는 성차별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막상 폭언·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법에 기대기는 힘든 데다 가해자가 사과를 하더라도 진심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며 이후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한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피해자가 해고당하거나 피해자, 가해자 모두 징계를 받는 일도 있다.

폭언·폭행은 상사, 동료, 부하 직원, 협력업체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일어난다. 최근 민우회에 상담을 의뢰한 한 여성은 같은 사무실을 쓰는 다른 회사 사람과 사소한 다툼 끝에 ‘창녀촌에 팔아 버릴거야’등 심한 말을 들어야 했다. 이 경우 상대 회사 사장에게 징계를 요구해야 하므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여성노동단체에서는 법 개정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으로 군대문화와 권위주의가 만연한 직장 문화를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임 상담실장은 “피해자가 모욕감, 수치심에 입을 다물면 누군가가 다시 당하는 만큼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해 회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변 동료들의 지지와 함께 회사 차원에서 폭언·폭행을 근절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처벌 방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우회는 올 한해동안 ‘양성평등한 직장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거리 캠페인과 함께 6월경에는 웹사이트를 열어 무엇이 성차별적 직장문화이고 어떤 문화가 좋은 것인지 얘기하는 장을 만들 예정이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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