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이름이 존중받을 권리 지켜주고 싶어요”

“가정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 주부들이 정작 은행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속풀이를 해주고 싶었다.”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한 무보증 신용대출 상품 ‘우먼 프리론’을 개발한 박경숙 국민은행 개인고객본부 마케팅 TFT(Task Force Team) 팀장. 그는 지난 3월 말 출시 이후 한달 반만에 2100좌를 기록함으로써 주변을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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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하나 만들려고 해도 남편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전업주부들은 은행권 대출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대상이었다”고 강조하는 박 팀장은 “전업주부들도 주부명의로 당당히 대출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주부이름이 존중받을 권리를 지켜드리는 셈”이라고 말한다.

“전업주부들을 뭘 믿고 대출해 주느냐”에서부터 “소비만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그는 “자녀교육에서부터 가계 경제권을 행사하는 주부들이 효율적인 자금운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은행의 역할 아니냐”고 받아친다.

실제로 국민은행 전체 고객 중 45%가 여성고객이고 이들의 신용도가 남성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박 팀장은 강조한다. “자동차 사고율도 여성이 훨씬 낮아 같은 경우의 남성보다 낮은 보험료를 적용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이 훨씬 계획적이고 신중하기 때문에 이런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출시 배경을 밝힌다.

30대 초반, 결혼도 하지 않은 박 팀장이 전업주부들을 이렇게 잘 대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철저한 고객 욕구 조사가 자리잡고 있다. “전업주부들 대부분이 아이나 남편에게 속해 있기보다 자아를 찾고 싶은 욕구가 크고 잠재력을 발산하고 싶은 욕구, 사회적 객체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만큼 자신의 능력 내에서 대출도 당당히 받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박 팀장은 전한다.

4년 동안 한국 피엔지 마케팅팀에서 아기기저귀와 샴푸 등 여성용품을 담당하면서 한국 여성들만의 소비자 욕구를 파악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컨셉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상품의 수준이 비슷한 환경에서 고객의 욕구를 어떻게 읽고 상품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결정적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젠 은행도 금리를 얼만큼 주느냐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을 도와주는 생활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확신은 작년 12월 국민은행에 스카웃된 이후 연이은 히트작을 내놓은 배경이 되기도 했다. 어린이 종합금융상품인 ‘캥거루통장’은 발매 한달 만에 50만좌를 돌파, 최대 히트상품이 됐고 현재 2개 지점에서 테스트 중인 은행업무 자동맡김 서비스도 기대해 볼만 하다며 자부심을 보인다.

“앞으로 주부를 비롯한 여성고객의 마음을 꽉 잡겠다”고 당당히 밝히는 박 팀장은 우먼프리론이 어느 정도 성공하면 저소득층 여성들을 위한 금융상품까지도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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