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 달리기를 1등했단 말이예요?
제가 정말 달리기를 1등했단 말이예요?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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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몇 있다.

가족의 역할을 공부한 뒤에 부모의 이혼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상담해오는 저학년 아이, 갑작스런 몸의 변화로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춘기의 아이들,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빠진 5학년 남학생의 어머니가 학교에서는 왜 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느냐고 항의전화를 했던 일 등... 대중매체 및 음란물에 의한 성 정보 대처방법을 공부하기 전에 생긴 일이라 황당했던 경험이었다.

예의 K군은 집에서 늦은 새벽까지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접속해 상상을 뛰어넘는 온갖 정보를 접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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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수업시 고개를 떨구던 K군. 모르는 척 음란사이트에 대한 폐해내용을 강조했고 계속적인 상담과 관심 속에 방안의 컴퓨터를 거실로 내어놓아 집안식구가 공유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른 문제와 더불어 정기적인 소아정신과 상담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왜소한 체격에 소심하지만 똑똑한 K군은 요새 눈이 마주치면 빙긋이 웃으면서 6학년 교실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5학년, 변화하는 우리 몸(남녀신체구조와 변화)”에 대해 수업한다. 사춘기 몸의 변화와 남자 생식기 그림이 나오자 남자는 쑥스러워서, 여자아이들은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리고 소리를 지른다. 여자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인지 가려진 손가락 사이로 열심히 쳐다보면서...

“여러분을 낳아주신 부모님도 남자, 여자이고 이런 몸의 변화를 거쳐서 어른이 됐어요. 또한 여러분도 이런 사춘기를 겪으면서 엄마 아빠가 되는 준비를 하는 거랍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들을 알아보기로 합시다.”

두 눈이 초롱초롱 진지해진 아이들!

“3억∼5억개나 되는 아빠의 정자아기씨들이 한 달에 한 개 만들어지는 엄마의 난자아기씨를 만나기 위해 달리기 경주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정자아기씨들 중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하고 훌륭한 한 개의 정자아기씨만이 엄마의 난자아기씨를 만날 수 있답니다. 여러분은 3억∼5억대 1의 경쟁에서 승리해 이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입니다.”

“선생님, 제가 정말로 그렇게 달리기를 잘했나요?”

“맞아요. 여러분 한명 한명은 아주 어렵게 생명을 얻은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내 몸이 중요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몸도 존중해줘야 하겠지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자기 자신만의 몸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소중한 생명을 받았듯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꿔서 생명의 끈을 여러분 자녀들에게 전달해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요.”

“저에게 생명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야 되겠어요. 그리고 내 생일날 미역국도 실은 부모님이 먼저 드시게 하고 생일 선물도 부모님께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정말 훌륭한 생각입니다. 다같이 박수, 짝 ! 짝 ! 짝 ! ”

여태까지 듣고있다 내용을 아직 파악 못한 엉뚱한 녀석 왈 “선생님, 우리 동생은 2등 했겠네요.” 푸하하하!

“그런데 우리 반에는 쌍둥이가 셋이나 있어요. 쌍둥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쌍둥이는 공동 1등인가요? ” 아이들의 궁금증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스스럼없이 답변해줄 수 있는 부모님, 선생님이 많은 건강한 사회를 기대해본다. 맑은 하늘만큼 밝은 아이들의 웃음을 위해서 !

장은주 경기도 안산광덕초등학교 양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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