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데 반해 점점 많은 남성들이 자녀와 가족을 일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 옵저버 지는 지난 5일 1969년에 태어난 여성들의 41%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옵저버는 이들이 30대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아이를 가질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무자녀 가정은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현상이다. 15세에서 44세 사이의 미국 여성 중 42%가 아이가 없으며 독일에서는 이 비율이 33% 정도다. 특히 불임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성도 있으나 최근에는 ‘아이를 갖지 않는’(childfree)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학 교수인 빅토리아 로렌슨은 “아이를 혐오하는 게 아니다. 단지 내 인생과 맞지 않으며 아이를 원하는 감정적, 심리적 충동도 없다는 걸 알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만다 페르기슨(37)은 최근 출산문제로 파트너와 헤어졌다. 페르기슨은 “사람들은 자녀보다 휴일을 좋아하는 자의식 강한 직업여성으로 나를 보지만 그저 현실적으로 따져본 결과 육아를 일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을 뿐”이라며 “그렇지만 남자친구를 포함해 사회는 여전히 날 괴롭힌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모성에 관심을 덜 가지는데 반해 오히려 남성들의 부성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다. 아이가 있든 없든 많은 남성들이 아이와 가족이 주는 안정감을 원한다. 혼자 사는 이성애자 남성 역시 입양을 시도한다. 따뜻한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이제 남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됐다.

로버트 스왈츠(35)는 최근 아이를 가질 것인지 여부로 갈등하다 9년 동안 함께 산 여성과 헤어졌다. 그는 “아이가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으며 일보다 아버지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스왈츠는 이것이 자신과 닮은 후손을 원하는 자아도취라기보다 새로운 단계의 인생과 세계로 가기 원하는 욕구라고 생각한다. 그는 “늙어서 손자 손녀들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즐겁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옵저버는 사회가 변해도 여전히 여성의 출산에 대한 압력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영국무자녀기구(BON)가 자신들을 ‘자의식과 무능력의 집합체 혹은 아이를 싫어하는 반사회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소개하는 데서도 이는 전적으로 드러난다.

메들린 케인은 39세에 아이를 가지자 “아이가 없는 친구들이 이방인 대우를 받고 있었던데 반해 사회에서는 갑자기 나를 반가운 손님처럼 맞았다”고 떠올린다. 그는 “말로는 출산이 선택사항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여전히 출산을 ‘저 사람은 언제 아이를 낳을까’ 하는 시기의 문제로 볼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아이를 갖게 되면 그 비용이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되는 것도 문제다. 많은 연구들은 아이를 가지면서 동반자 관계였던 남녀가 전통적 가족관계로 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자신의 일과 경력을 포기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대부분 여성이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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