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여성할당제 둘러싸고 찬반 논란

부작용 우려 vs 사회 구조 극복하는 최선책

허우적거리던 인도네시아 경제를 천천히 슬럼프에서 끌어올리고 있는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르티 대통령은 최근 할당제를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에게 실력우선정책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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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다른 아시아권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성차별적 제도가 사회 전체에 만연돼 있다. 이 때문에 여성단체들은 정부요직에 여성의 수를 늘리기 위해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메가와티는 여성이 전체인구의 절반 이상이고 헌법에서 남녀평등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여성이 자신의 위치를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또 다른 성차별을 낳을 수 있는 할당제를 요구할 게 아니라 스스로 재능을 갖추고 실력으로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은 많은 여성단체들을 자극시켰지만 한편으로 이를 선호하는 그룹도 적지 않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엘리트계층의 여성들은 메가와티의 실력우선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극작가인 라트나(Ratna Sarumpaet)는 정계에서 여성 참여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대졸출신 여성들이 정계진출보다 주부가 되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사회 자체가 안고 있는 성차별 문제는 의외로 심각해 어떤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 예로 입법기관에 있는 여성은 겨우 9%이며 지방입법기관에서는 이 비율이 5.9%에 불과하다. 메가와티 내각에서도 여성은 두 명에 불과해 운동권에서는 종종 그의 정책은 “11명이 아니라 5명으로 축구를 하는 것과 같다”며 비난한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메가와티는 여성의 능력과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 “예상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할당제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를 선호하는 그룹에서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분명한 목표와 방법 그리고 정책의 유효기간 등을 같이 제시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한다.

반면 그의 정책을 반대하는 선거개혁센터(the Centre for Electoral Reform)에서는 실력우선정책을 펼치는 것 역시 나름대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실력에 근거해 여성후보를 지명하기 전에 우선 각 정당의 간부 중 최소한 30%가 여성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변호사 누르시야바니(Nursyahbani Katjasungkana)는 남녀의 숫자가 균형을 이룰 때까지 임시적으로 할당제를 펼 것을 제안한다. 비록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정상에 오른 소수의 여성들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성우선정책을 펴는 것이 현 사회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책을 선호하든 인도네시아 사회에 깊이 잔재하고 있는 남성지배 성향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헌법에서는 남녀평등을 보장할지라도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아들에게 우선적으로 고등교육을 시키고 있다. 직원임용에 있어서도 많은 고용주들이 남성을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사회의 어느 영역에서든 성차별은 불법이라고 입법화되지 않는 한 메가와티가 자신의 실력우선정책을 온전히 펼쳐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임봉숙 말레이시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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