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법 제정 1주년 기념 인권사회단체 토론회 개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4월 3일 종로성당에서는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국가인권위법 제정 1주년을 기념하여 국가인권위의 출범과정과 이후 5개월간의 활동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마련되었다. 국가인권위에서는 유시춘, 곽노현 위원과 최영애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이번 토론회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국가인권위의 올바른 상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활동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이번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주영씨(인권운동사랑방),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대), 김용익 교수(서울대 의대), 이창수 대표(새사회연대)가 지적한 문제점들은 대체로 공통적인데, 한마디로 국가인권위가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법률적 권한이 너무 적고 그 적은 권한마저도 국가인권위의 소극적 자세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인권위가 다른 국가기관들과의 차별성 없이 관료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점 또한 지적되었다.

현재 국가인권위의 가장 핵심적인 권한은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이다. 강제수사권이나 강제집행권 등 명령권 없이 단지 권고권에만 한정된 국가인권위의 권한은 활동에 있어 처음부터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참작하더라도 지금까지 국가인권위가 행한 진정사건 처리과정들을 살펴볼 때 국가인권위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해 11월 26일부터 진정 접수를 시작하여 4월 10일까지 1천6백79건의 진정을 접수받았고 이중 28건은 취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월 10일까지 국가인권위가 처리한 진정사안은 울산구치소에 수감됐다 숨진 구승우씨 의문사 사건에 대해 12월 28일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한 것, 이 한 건이 전부다. 이후 4월 14일 제천시장의 장애인 차별 사건에 대한 결정이 있었고, 4월 13일과 24일 각각 한 건의 긴급 구제조치가 실시됐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인권위의 문제점들을 토론자들은 조목조목 짚어냈다. 조사활동에서의 서면주의 원칙, 피진정인이 인권위의 권고를 기피할 경우 인권위가 입을 권위의 손상을 우려하여 미리부터 권고를 기피한 소극적 태도, 위원회 회의의 폐쇄성, 진정인에 대한 권위주의적 태도, 더딘 처리과정 등.

토론자들은 국민들이 바라는 국가인권위의 역할은 기존의 권리구제제도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조사해 그 피해자들에게 ‘빠르고 효과적이며 값싼’ 구제절차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인권위가 시민사회와 긴밀하게 연대해 ‘인권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인권위와 시민사회가 서로 견제하면서 투명하게 의사소통할 때에야 국가인권위가 제대로 된 힘과 권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가 시민사회의 이런 쓴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된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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