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리서치 센터 알렌스 바흐가 지난해 10, 11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 독일 국민 두 명중 한 명은 독일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동등한 대우가 충분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다.

페미니스트 잡지 ‘에마’의 위탁으로 진행된 이 조사는 전국에 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1천99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에 따르면 독일 여성의 3분의 2는 독일사회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대우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이에 반해 남성은 두 명중 한 명만 성적불평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평등에 대한 남성들의 가치관은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60세 이상 노년층(42%)과 30대 미만 젊은층(34%)은 성평등에 대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45∼59세에 이르는 중년층은 가장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여성은 30대 미만의 경우 50%가 남녀불평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중년층에서는 이 수치가 77%에 달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독일의 45∼59세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의 병행으로 인한 이중부담에 부딪치는 경우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년층: 정년퇴직, 30대 미만의 여성: 미혼인 경우가 많음). 아울러 이 나이대 남성들이 성평등에 대해 가장 소극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중년여성들이 성평등에 대한 높은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장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곳은 가정과 직장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64%가 불평등한 가사분담에 불만을 토로했으며 76%는 동일한 직종의 남성 동료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대학, 학교, 직업교육기관 등에서는 성에 따른 불평등이 다른 사회기관보다 적게 나타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독일의 성평등이 이론적·표면적인 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가정이나 직장 등 실생활 깊은 곳에는 아직까지 개선할 부분이 많음을 보여준다.

아직도 심심찮게 발견되는 여성차별구조에 대해 독일 여성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까?

세 명중 두 명은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를 통해 평등을 실현하고자 한다. 여성단체를 형성해 불평등 구조에 대항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는 여성도 61%에 달했다. 더 나아가 31%는 적극적인 여성해방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는 많은 여성들이 개인의 직업적 성공이 자동적으로 사회전반의 평등을 실현시킬 것이라는 ‘내 일이나 잘하자’ 식의 소극적 자세가 아니라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를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에마’는 충분하지는 않으나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남성들의 성평등 의식에도 반가운 반응을 보였다.

조한나/독일 쾰른 체육대학 여성학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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