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경찰, 심증주사와 허위자백 결과 오판

지난달 24일 프랑스 론의 미성년자 중죄 재판소는 아동 살해로 15년째 징역살이를 하던 한 남자를 무죄석방한다고 판결했다. 당사자인 파트릭 딜(31)은 프랑스에서 지금까지 재심에서 무죄방면된 사람 가운데 가장 오래 구금생활을 한 자로 기록을 남겼다.

16년 전인 1986년 9월 28일 몽띠니-레-메츠에서는 여덟살 난 두 어린이-알렉산드르 베크리슈와 시릴 베넹-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범인은 돌로 이들의 머리를 수차례나 내리쳤고 발견된 시체의 두개골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경찰은 당시 요리견습생인 16세의 딜에게 혐의를 두었다. 그는 심문 중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이듬해 4월에 계획살인으로 수감된다. 그리고 89년 1월 미성년자 중죄 재판소에서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유럽 최연소 무기징역수가 됐다.

딜이 무기징역형에 처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자백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해 변호인 측은 ‘아무런 동기 없이 채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어린이 둘을 돌로 내리쳐서 무참하게 살해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재심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런데 92년 딜의 운명을 바꿀 연쇄살인자 프란시스 올므가 체포된다. 올므의 연쇄살인 사건을 종결시킨 압그랄 수사관은 메츠 사건의 범인이 올므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미 6명을 살해한 그는 심문자에게 퍼즐조각을 던지듯 서로 다른 범죄 장면들을 뒤섞어 이야기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마치 자기가 저지른 살인사건의 증인인 것처럼 말하곤 했다.

92년 올므는 한 범죄 현장을 기억해냈다. 철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중에 아이들이 자기에게 돌을 던졌는데 몇 분 후 그곳에 다시 가보니 아이들이 살해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압그랄은 메츠 사건은 올므 범죄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잔혹성, 희생자로 노약자 선택, 성범죄적 성격, 범죄 실행 후 병원 입원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살해당한 아이들 중 한 명의 바지가 벗겨져 있었으며 올므는 사건이 일어난 얼마 후 병원에 입원하고 6주 후 자살을 기도한 바 있다. 또 증인들은 사건 당일 상처도 없으면서 온통 피투성이였던 올므를 부축했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되자 딜의 변호인 측은 재심 신청을 해 지난해 4월 딜이 받은 구형이 무효로 처리됐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비공개 재판에서 다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인과 검사의 상고로 올해 재판정에 선 딜은 자신은 거짓말쟁이일 뿐 살인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16년 전 딜은 내성적이고 순종적인 보통 청소년이었다. 검찰 측은 경찰조서는 서둘러 작성되었으며 아귀가 맞지 않는 곳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변호인 측도 경찰이 충분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자백만을 근거로 딜을 범인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고 어른을 불신했던 딜은 변호사도 없는 상황에서 경찰들에 둘러싸여 반복되는 유도질문 속에서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탈출하고자 했던 것일 수 있다.

석방된 딜의 꿈은 배상금으로 프랑스 남부에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다. 그는 15년 동안의 감금생활 속에서도 요리사 전문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요리에 대한 애착이 크다. 변호인 측은 200만 유로(약 23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 중 3분의 2가 딜의 몫이고 나머지는 그의 부모에게 주어진다. 물론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말이다.

메츠 사건은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행히사형이 없는 프랑스 법정은 15년의 세월이 흐른 후 뒤늦게나마 한 부모에게 자식을 되돌려 줄 수 있었다.

황보 신 /프랑스 통신원몽펠리에 3 대학 철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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