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크라임

버디 무비는 대부분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을 짝 지워 티격태격하며 모험을 벌이거나 긴 여행을 함께 하는 데서 재미를 찾는다.

영화의 출발점은 지루한 일상이나 꽉 막힌 상황 탈출이며 험난한 여정 끝에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화해한다는 해피엔딩을 택한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출발이요 불가능한 마무리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버디 무비는 변주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여성 버디 무비로는 <델마와 루이스>를 정점으로 하여 <보이즈 온 더 사이드> <여자의 선택> <까밀라>와 같이 여행 과정 속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와 <바운스> <피도 눈물도 없이> <셋 잇 오프>처럼 범죄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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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스미스의 2001년 작 <하이힐 크라임 High Heels and Low Lifes>(브에나비스타, 15세)은 위 영화의 특징들을 모아 유머와 액션, 범죄와 감동을 적절히 섞은 작은 규모의 여성 버디 무비다. 이 영화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꿈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꿈을 따라주지 않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모험극이다.

성실한 간호사 섀넌(미니 드라이버)은 자신의 생일도 잊은 채 전화 도청으로 음악을 만드는 남자 친구 레이와 대판 싸운다. 섀넌의 친구 프란시스(메리 멕코멕)는 번번이 오디션에서 탈락하는 배우 지망생. 서로를 위로하며 나이트 클럽에서 흠뻑 취한채 귀가한 두 친구는 레이가 켜놓은 도청장치를 통해 우연히 은행 금고털이범들의 범죄 상황을 도청하게 된다.

경찰에 신고하지만 장난 전화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무시해버리는 경찰. 이튿날 금고가

털렸다는 뉴스를 들은 섀넌과 프란시스는 도청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

이때부터 범죄단과 경찰에 쫓기는 두 친구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고만고만한 일상을 살던 두 친구가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동기가 극히 영화적인 발상이긴 하나 흥미롭다. 망설이던 섀넌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과 달리, 단순하게 재미로 시작하지만 일이 커지자 섀넌 뒤로 숨으려 하는 프란시스의 캐릭터 변화 역시 영화의 재미다.

결말은 현실적으로 약화시켰다. 섀넌이 병원에 첨단 의료기기를 익명으로 기부하는 것으로 양심적인 타협을 본 후 자신들이 바라던 꿈을 향해 출발한다는 단순하지만 귀여운 마무리.

미모도 매력도 연기력도 의심스럽던 드라이버가 예쁘게 보이는 영화.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덕분임을 알겠다.

옥선희/ 비디오,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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