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국장

농촌 지역 초등학교 학생수가 줄어 면단위 학교와 통폐합하고 학생들을 전학시킨 것이 불과 2~3년 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학생수가 줄어서 중학교와 통합한다고 한다.

이는 농촌지역에 있는 초등학교 대부분의 문제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2, 3개 학년이 함께 수업하는 이른바 ‘복식수업’‘상치교사제’ 등은 이제 일상적인 학사행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네 학교보다 20~30분 정도 먼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초등학교 학생들 중에는 아침을 굶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도 변변히 갈 곳이 없다.

도시에서는 과외열풍으로 아이들이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혹사당하지만 농촌아이들에게는 꿈도 못 꿀 일이다. 학원비는 둘째치고 변변한 학원 하나 없어 20~30분 정도 걸리는 읍 소재지까지 가야 한다. 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산골마을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읍 소재지 학원들은 대부분 차량 운행비가 부담스러워 먼 곳의 학생들은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나보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한결같을 것이다. 이런 부모의 마음으로 중·고등학생을 둔 농촌지역 학부모들은 모든 면에서 도시에 비해 뒤떨어지는 교육현실 때문에 자식들을 도시학교로 전학시키려 한다.

아이들을 도시에 보내면 농촌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극심해진다. 소득 수준은 갈수록 악화되는 반면 등록금·전세금·각종 세금 등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웬만한 경영규모를 가진 농가가 아니고서는 빚에 빚을 내야만 자녀를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

이렇게 무너져 가는 농촌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지난 20년 동안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전부다. 정부의 통폐합 조치가 농촌교육 문제를 해결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농촌지역에 남아 있는 학생들에게 소외감과 박탈감만 주었을 뿐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계속될 경우 농촌에는 학부모인 농민들과 학생들은 사라지고 공동화 현상만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도시는 넘쳐나는 학생들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워 또다른 교육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규모 학교 통폐합 조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또 농촌학교에 투자해 시설과 기자재를 보완하고 교원 확보면에서도 도시보다 더 나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농촌 학생들은 도시 학생에 비해 사교육 부문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런 만큼 농촌학교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에 대한 정부투자 확대가 교육정책의 핵심사안이 돼야 한다.

통폐합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폐교를 학생과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시설로 전환해 학교 시설만큼은 그대로 유지시켜 농촌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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