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엔 장벽이 없다

“완주 후엔 학생들이 스스로를 믿게될 것”

북성초등학교 6-1 담임 박병례 교사

“요즘 아이들은 나가 놀 틈이 없어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거의 10시까지 이런저런 학원일정에 밀리고 집에 들어가서는 숙제하기에 바쁘고. 놀 시간, 움직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박병례 교사는 정작 이번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된 동기가 ‘자기 문제’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말한다.

엄살 섞인 어조로 “이젠 할머니예요”라며 앳되게 웃는 박 교사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신경을 써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번 마라톤대회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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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참가를 결심한 뒤 반 학생들에게 넌지시 함께 뛰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체육시간이 되면 채 두 바퀴를 돌지 않아서 쉽게 지치는 아이들을 보고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좋은 기회다 싶었다. 처음에 학생들은 다소 뜨악한 표정으로 선뜻 함께 하겠다고 나서질 않았다.

“의지로 뛰는 것이다. 우리 함께 해보자. 자신을 이겨봐라” 하고 계속 학생들을 설득했다. 그랬더니 한두 명씩 의지를 보였고 결국 18명의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더 많은 숫자가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으나 엄마의 반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 아쉽다고 덧붙인다.

오동림 어린이는 반 친구들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여하고 싶다며 얼굴을 살짝 찡그리면서도 “5km는 무리라고 말리시지만 계속 엄마를 설득할 거예요” 라며 다부진 결심을 말한다. 맘껏 뛰어 놀 시간이 없는 초등학생들의 현실은 단지 ‘건강’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박병례 교사는 이런 과도한 교육열 속에 놓여 있는 학생들에 대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에너지를 쏟을 시간이 없고 스트레스만 쌓이니까 폭력적이 되거든요” 라는 지적을 덧붙인다.

“요즈음에는 마라톤을 앞두고 매일 한바퀴씩 늘려가며 운동장을 돌아요. 이제 열두 바퀴 째인 걸요”라는 선생님의 자랑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선생님, 나가서 달려요”하고 졸라댄다. 못 이기는 척 허락하자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5km 완주를 해내고 나면, 학생들은 스스로의 의지와 극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짓는 박병례 교사. 한 목소리로 부르는 ‘달려라 하니~’의 경쾌한 리듬 속에 반 학생들과 함께 손잡고 달리는 박병례 교사의 상기된 얼굴이 한결 싱그럽다.

<문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5km 도전하는 김미경 아줌마

작년 6·10항쟁 기념 달리기에서 5km를 완주하고부터 자신감이 생겼다는 김미경(북 에디터)씨. 그는 요즘 아줌마 마라톤대회 출전을 앞두고 몸 다지기에 한창이다.

“한번 도전해보자.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나이 먹어가면서 제가 해보지 못한 일에는 자꾸 주눅이 들고 겁도 나고 그랬는데,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통해 나 스스로를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그 동안 30분씩 걷기만 하던 그는 요즘 5분에서 7분, 그리고 10분씩 차츰차츰 뛰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작년에는 한 달 정도 연습했어요. 대회 1주일 전에 사전 답사를 가서 리허설(?)까지 했는데, 역시 젊은 사람들과 뛰려니 힘들더군요. 조금밖에 뛰지 않았는데도 숨이 차 헉헉거리는 바람에 내가 과연 5km를 온전히 뛸 수 있을까 1주일 내내 걱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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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하고 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뛰었다는 생각에, “이럴 줄 알았다면 앞줄에 설 걸”하며 욕심이 생기더란다. 그래서일까? 이번 대회에선 앞줄에 좀 세워달라”며 슬쩍 청탁(?)을 넣기도 한다.

그는 요즘 저녁식사를 마치면 늘 두 딸 한라(초 4년), 하린(초 1년)이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이렇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건강만큼은 자력갱생하라는 남편의 초강경 발언 때문.

“재작년까지는 일을 마치고 나면 피곤함을 많이 느꼈어요. 남편에게 발바닥 주물러라, 지압해라, 요구가 많았죠.”

처음에는 말없이 안마해주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던진 한마디가 “네 건강은 네가 책임져라”였다. 처음에는“자기가 주사파도 아니면서 웬 자력갱생?”하며 흘려들었던 김미경씨는 나중에서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해준 말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뒤로 김미경씨는 ‘운동 후에 느끼는 개운함’의 참맛을 알게 됐다. 현장 답사차 마라톤이 열릴 장소에서 미리 뛰어볼 거라며 기대와 자신감을 내비친 그는 컨디션에 따라 10km 도전도 생각 중이라고. 열혈 아줌마 마라토너가 또 한명 탄생했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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