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사실 언급없는 고교 교과서 검정 통과

지난 9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고교 역사교과서 <최신 일본사>(명성사 출판)가 종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전혀 다루지 않아 또다시 국내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검정을 통과한 <최신 일본사>의 강제동원 부분 서술 내용을 보면 “여자정신대의 결성으로 미혼여자의 공장생산에로의 동원도 일어났다”라고만 언급되었을뿐 종군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다.

문부성은 이와 관련해 “검정제도상 집필자가 기술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지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6-1.jpg

◀일본교과서 바로 잡기 운동본부가 지난 9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최신일본사> 검정통과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진오 상명대 사학과 교수는 “작년에 문부성은 중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내용을 삭제했다고 변명하면서 이번 고교 교과서에서도 삭제한 것은 스스로의 논리를 뒤집은 것이다. 한국정서를 충분히 알고 있는 일 정부가 이 점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2차 대전 이전의 국가체제로 돌아가려는 의도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지난 1993년 일본 정부가 이미 위안부 제도에 대한 일본군의 직간접적인 간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황에서 일본의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인 <최신일본사>에 이 문제를 삭제한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정대협측은 또 “그동안 정대협과 국내 여성단체 및 시민운동단체가 연합하여 일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들은 일 정부에 법적 배상 및 올바른 역사교육을 권고해 왔다. 이번 처사는 국제기구의 결정을 명백히 무시하는 처사”라며 “우리는 세계 여론에 일 정부의 반역사적인 행태를 강력히 고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미강 일본교과서바로잡기 운동본부 상임운영위원장은“ <최신 일본사>를 시대별로 정밀분석해 일본 정부에 수정을 요구할 것”이며 “이번 검정에서 <최신 일본사> 외에 일 위안부 기술이 삭제된 교과서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고교 교과서는 검정을 통과한 후 오는 8월 교과서 전시회를 통해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채택, 내년 4월부터 전국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게 된다.

그동안 한일관계에서 위안부 문제는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 또한 위안부의 명예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86년 검정을 통과한 <신편일본사>에 위안부에 대한 기술이 없었는데도 일본정부가 네 차례에 걸쳐 수정을 했다는 이유로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이번 <최신 일본사>에 대해서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만 이의제기를 하고 나섰을 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히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2000년 일본에서 국제법정이 열리는 등 가장 지속적인 피해자 인권 회복 운동의 주제가 되어왔던 위안부 문제가 앞으로 일본 고교 역사교과서에 어떻게 기술될지, 우리 정부의 역할은 어떠할지에 세계 인권기구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