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와 제4회 서울여성영화제는 영상매체를 통해 여성운동을 실천하는 단체나 개인을 격려하고자 마련한 서울여성영화제 여성신문상 수상자로 <겨울에서 겨울로>를 제작한 창작집단 ‘소동’의 박옥순 감독을 선정했다.

<겨울에서 겨울로>는 한성컨트리클럽 경기보조원들의 노조 결성, 파업, 해고, 복직 투쟁 등 9개월 간의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경기보조원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명 캐디라 불리는 경기보조원 여성들은 회사측의 성희롱과 폭언, 일방적인 해고 통보, 골프장 내에서의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한다.

그러나 회사와 기존(남성으로 이루어진) 노조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무시하고 모욕했다. 이에 경기보조원들은 회사뿐 아니라 노조를 대상으로 또다른 지난한 투쟁을 준비해야 했다. 이번 영화제 동안 <겨울에서 겨울로>의 상영 후 경기보조원 여성들이 직접 나와 관객들과 함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관해 난상토론을 벌이는 장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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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을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성컨트리클럽 언니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울겠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소외받는 그분들을 알게 되고 또 그분들을 통해 모르는 세상을 알게 된 것이 저로서는 무척 감사해요. 저는 이렇게 상을 받는데 그분들은 지금도 복직을 위해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 맘이 아프네요. 제 영화가 그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는데 과연 도움이 될는지. 암튼 언니들에게 찐하게 한턱내야죠.

- 소동이라는 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비디오제작학교에서 만난 선배와 뜻을 함께 해 2000년 12월에 만들었어요. 이 작품은 소동의 첫 영상물이구요. 소동이란 의미는 여러 가지일 수 있는데, 저는 소동을 피우다 할 때 그 소동으로 생각하고 선배는 작은 움직임이라고 하더군요.

- 한성컨트리클럽 경기보조원들의 현실을 다큐멘터리 소재로 삼게 된 이유는.

처음부터 경기보조원들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아는 사람을 통해 그곳 이야기를 전해들은 후 인터넷자료와 신문기사를 찾아보다가 어느날 인터넷에 경기보조원 언니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더라구요. 그거 보고 바로 연락을 했죠. 언니들 만나서 이야기 듣고, 언니들이 쓴 탄원서도 읽고, 전여노조에서 만든 실태조사자료들도 보고 그러면서 조금씩 알게 됐고 촬영을 시작했죠.

- 다큐멘터리에서는 감독과 촬영대상과의 관계가 중요하잖아요. 특히 영상운동에서는요. 이 경우에는 어떠했나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외부에서 들어와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찍지도 못하고 그분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임도 하고 밤새 술을 먹기도 했어요. 농성도 같이 하고 회의 때마다 같이 들어가고. 그 와중에 카메라가 부서지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생겨났어요. 이들은 내 작품을 찍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언니들을 위해 그들의 활동을 기록해 주고 싶다 그런 맘이었어요. 지금도 언니들하고 매일 전화해요.

- 작업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내가 이걸 만들어서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 내 의도를 드러낼 수 있을까, 경기보조원 언니들이 고통받고 힘들었던 상황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촬영을 끝내놓고 3개월 동안 방황을 많이 했죠. 이걸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제 영화의 앞부분 30분은 경기보조원 언니들이 직접 찍은 거예요. 그분들 입장에서 그분들 시선으로 노조 설립부터 이후의 과정을 담았고, 제가 찍은 부분은 교섭상황에서 경기보조원들과 직원노조의 갈등을 다루었어요. 애초에는 이걸 영화로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언니들이 찍던 걸 계속해서 내가 찍어 기록물로서 노동조합의 역사로 남겨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언니들이 고통을 받으니까 이런 실상들, 노동조합 안에서 여성문제가 어떤 식으로 다루어지고 있고 또 회사가 그걸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알려야 된다는 생각에서 뒤늦게 편집을 하고 노동영화제에 냈어요. 제목에서 보듯이 상황은 여전히 겨울이에요. 저는 영화를 상영하면서 그분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제 얘기가 아니라 그분들이 직접 이야기하게끔 자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요. 그렇게 그분들의 상황을 알리고 싶고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 자신을 다큐멘터리 액티비스트로 정체화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액티비즘 안에서 여성문제는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사실 그동안 여성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은 없어요. 이 작품을 시작할 때도 노동문제라고만 보았지 여성문제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경기보조원들이 왜 그렇게 핍박받을 수밖에 없나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여성이고 비정규직이기 때문이거든요. 결국 여성문제인 거죠.

여성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여자가 만드니까 저런 이야기를 저렇게 상큼하고 예리하게 만들 수 있구나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저도 그런 영화들을 만들고 싶어요. 여자이기 때문에 억압받는 상황들을 재치있고 리얼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억압받는 게 아니라 무능하기 때문에 억압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여성영화제가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이번 수상을 계기로 여성문제에 대해 좀더 깊게 고민할 겁니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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