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지난 1월 중순 약국에서 미성년 청소년들이 일명 ‘내일의 피임약’으로 불리는 응급피임약 ‘노레보’를 요구할 경우 무료로 줄 것을 법제화했다. 노레보는 성관계를 가진 뒤 24시간 안에 복용하면 임신을 막을 확률이 95%인 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원활하게 시행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장애들이 있다. 특히 약을 받기 위해 이름을 써야 하는 것에 대해 소녀들은 불편해 한다. 그리고 가끔씩은 약국에 가기 위해 30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성관계를 가진 후 너무 늦게 노레보를 찾아 약의 효과를 보장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미 프랑스 학교의 간호실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노레보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이후 프랑스의 22학군을 조사한 결과 중고등학교 청소년들 7천74명이 이 약을 요구했으며 이들 중 23%가 이에 만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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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8학군을 조사한 결과 2001∼2002년 1학기에만도 6천227명의 청소년들이 노레보를 학교 간호실에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3%가 결과에 만족했다고 한다.

한편 모든 단체들은 입을 모아 노레보는 청소년들의 임신을 막는 데 확실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 소녀들은 이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는 데 실수를 할 때도 있고 약을 먹는 것을 잊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피임에 대한 응급 조치로서 낙태를 더 자주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1만명의 청소년들이 임신을 하는데 이 수치는 1995년에서 1997년 사이 조금은 주춤했지만 그래도 지난 20년 전부터 끊임없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건전한 이성관계를 가져서가 아니라 이들에게 피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청소년들의 피임을 위한 도움을 준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은 성과 피임에 대한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임신·출산에 대한 억압에 맞선 20세기 여성들의 투쟁을 담고 있는 <자유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쟈비에브 고띠에는 프랑스의 성교육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즉 초등학교에서부터 피임과 성교육을 시킬 것을 결정한 네델란드, 스웨덴의 성교육 정책과 정보, 그리고 노레보를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한 핀란드를 프랑스는 늘 뒤좇기에 바빴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1997년부터 5년 동안 성교육을 위한 연수를 받은 사람은 1만260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의사와 간호사들이고 교사들도 포함돼 있으며 하루에서 5일 정도의 연수를 받았다. 그들이 중심이 되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학교 정규 시간표에 포함시키는 것은 아직도 여러 해를 기다려야 할 듯하다.

<참고> 월간 교육잡지 <르몽드 드 레드까시옹> 2002년 3월호

정인진/ 프랑스 통신원 릴3대학-교육학/파리8대학-여성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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