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습에 도전장 낸 젊은 여성 변호사
그런데 캐나다 온타리오주 법원에서 한 젊은 여성 변호사가 당당하게 일상복을 입고 재판정에 나타나 복장 자유화 투쟁을 벌이고 있어 법조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라 조이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고객과 함께 윈저시 주 법원에 들어갔다. 원래 금발머리이기 때문에 머리를 요란스럽게 치장한 것도 없고 메이컵을 짙게 하지도 않았으며 평소에 잘 입는 네이비 색의 베네통 정장을 입고 갔다.
하지만 그날 담당이었던 미셀린 로린스 판사는 조이 변호사의 복장이 법원출입 법관의 의복 규정에 어긋난다며 옷을 바꿔 입고 오기 전에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이 변호사는 자신의 옷차림이 어떻게 규정에 어긋나는지 지적해 달라고 했지만 판사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재판을 오후 4시로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일반사원이 상관에게 찍히지 않게 처신해야 하는 것처럼 판사에게 잘못 보이는 것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법원출입 변호사들은 싫으나 좋으나 대체로 판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이 변호사는 적어도 자신의 복장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4시에도 그대로 법정에 나갔다. 물론 판사는 옷을 이유로 그에게 변호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재판을 다시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온타리오주의 법정출입 변호사의 의복규정은 옷을 입는 데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보수적인 옷차림’(conservative clothing)으로만 명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보는 사람에 따라서 보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너무 튄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이날 조이 변호사가 문제의 법정에 나가기 전에 이미 다른 판사의 법정에서 같은 옷을 입었어도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은 바로 이 항목에 대한 판단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조이 변호사는 판사의 일방적인 매도에 분노하여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결정했다. 업무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판사라고 변호사를 일방적으로 몰아 세우는 것이 학교에서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이지매와 같은 짓이라며 맞서고 있다.
조이 변호사는 지금은 과거와 달리 가발을 착용하고 위엄을 주면서 법정에 앉아 있는 시대가 아니며 구태의연한 권위로 인간의 개성조차 획일화하려는 것에 반기를 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옷이란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단정하고 아름답게 입는 것이고 특히 젊은 세대는 패션 감각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한편 일부 동료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문제의 흑인 판사의 행동은 금발머리에 미인인 상대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 질투에서 나온 불만이라고 지적, 인종적 편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들은 또 옷차림새와 재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판사는 변호사의 옷차림새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제시하는 증거를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 현지에서 이번 조이 변호사의 복장 사건은 기존 질서에 편승하여 자존심을 꺾고 인위적으로 따라가는 몰개성한 인간이 아니라 그가 선 곳이 어떤 곳이든지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