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6만원 미만 절대빈곤자 15만 생계 우선돼야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 비용을 열악한 사회복지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기종으로 미국 보잉사의 F-15K기가 내정되었으며 가격은 원래 예상했던 4조3천억원대에서 1조5천억원이나 오른 5조8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더 이상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어 자살을 택한 고 최옥란씨의 부음이 전해지던 날이었다.

~T-2.jpg

◀ 지난 달 25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F-X 전면재검토’를 촉구하는 범종교인 기도회의 퍼포먼스 장면.

“정부는 저에게 월 26만원을 지급했습니다… 약값만 해도 26만원이 넘는데, 아파트 관리비만도 16만원인데,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살라는 건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던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옥란씨의 자살기도와 죽음은 우리 사회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최씨와 같이 절대빈곤의 상황에 놓인 국민들은 통계상으로도 15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T-1.jpg

▶고 최옥란씨가 ‘생계유지가 되지 않는’ 생계비를 반납하려다 경찰과 충돌하자 차가운 바닥에 누워 시위하는 모습.

현재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둘러싸고 참여연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등 전국시민단체들은 “타당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F-X사업 의혹을 진상 규명하라”며 F-15K 선정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 반미감정도 극에 달해 “대미 군사종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주적 국방을 이룰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전투기 기종을 둘러싼 논의에서 한 걸음 나아가 ‘평화’와 ‘안보’의 개념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씨는 “엄청난 예산을 들이고 있는 무기도입이 과연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정책방향인데 이에 대해선 어떠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도 없이 마치 ‘무기를 도입하고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 곧 안보’라는 식의 착시현상만 가져왔다는 것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는 “실업자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수없이 많은 어린이들이 밥을 굶고, 헤아릴 수도 없는 사람들이 폭력과 차별로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내야 하는 이 상황에서 ‘불평등과 가난의 치유’보다 ‘무기 구매’가 더 시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라”며 F-X 사업의 전면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나와 같이 가난한 사람들이 더 이상 자살을 생각하지 않도록 최저생계를 보장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명동성당에서 텐트농성에 들어갔던 고 최옥란씨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면 ‘평화’와 ‘안전한 삶’을 위해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