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무심코 듣게 되는 “여자가...”“계집애가...” 하는 말들에 너무나 익숙해 있는 여학생들은 부모나 형제, 친척 같은 가까운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여자가 하고 다니는 게 그게 뭐냐”라는 식의 말은 선생님들에게서도, 특히 여선생님에게서 더 많이 듣는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그런 말들로 인해 절로 그냥 여자로서 길들여져 간다.

언제나 다소곳해야 하고 여자다운 태도가 마치 자신들의 근본인양,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레 젖어든다. 그것도 은연중에 각인될 수 있게끔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기에 그냥 여자나 계집애로 대접받고 있는 자신들의 위치를 인식할 겨를조차 갖지 못한다.

또래 학생들의 시각으로 포착해낸 ‘양성평등 학교문화 실현을 위한 청소년영상제’를 보는

아이들은 이제껏 자신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적지 않음에 “맞다! 나도 저런 적 있었는데” “그래 저런 경우도 해당이 되는 거구나”라는 식의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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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TV광고를 여성과 남성의 입장을 반대로 설정한 장면을 보면서, 광고를 제작하는데 있어서도 시각과 인식의 차이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깨닫고 있었다.

취업을 앞둔 3학년에게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평등적인 갖가지 사례들을 보여주고 자신이 그런 경우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물어보면 학생들은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 반응 한편에서 아이들은 당당하게 대처해 나가는 화면 속의 모습과 이미 알려진 각종 사례들을 각자 조사, 발표하면서 현명한 대응방법을 깨닫게 되지만 “저렇게 했다가 당장 쫓겨나거나 불이익을 당하면 누가 책임져 주나요?”라는 질문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적극적인 대응이 최선의 개선방법임을 터득한다.

이런 일련의 변화과정들을 통해 여자아이들은 이젠 백마 탄 왕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소극적이고 나약한 존재이기보다는, 상황에 따라서는 왕자를 구해줄 수도 있다는 진취적인 사고와 능동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성으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종성/ 관악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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