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사이언스 전공 86년 33%서 21%로 낮아져

여학생은 기계자체보다 컴퓨터 응용에 관심

캐나다 여학생들이 과학관련 여타 학과에는 갈수록 많이 진학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교육 관계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요크대학이 최근 조사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현재 캐나다 전체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여학생 비율은 전체의 21%로서 컴퓨터 전공이 비교적 생소한 시기였던 지난 1986년의 33%(3분의 1)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학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여학생 수는 학부보다 더 적어 겨우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남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기타 과학 분야, 즉 물리학, 수학 그리고 엔지니어링 분야는 반대로 여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조사 결과는 교육계에서 매우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요크대학 사회학과의 로나 어윈 박사는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가 여학생들이 참여하기에는 매우 힘든 분야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녀는 “남학생들은 기계에 집중을 잘 하는 반면 여학생들은 기계기술 자체보다는 컴퓨터과학을 통한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고 “이로 인해 여학생들은 컴퓨터 자체에 대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 전공 학생들은 대개의 경우 연구실에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극히 한정된 상대와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분위기도 여학생들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학생들도 남학생 못지 않게 공부에 적극적이지만 많은 남학생들이 성장기에 주로 배우는 게임이나 해킹 그리고 프로그래밍 등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것이 그녀의 지적이다. 즉 여학생들이 컴퓨터 사이언스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남학생들처럼 성적을 얻지 못하거나 열심히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컴퓨터를 전공하는 여학생들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즉 공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잘 풀려나가지 않을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이 여학생들의 불평이라는 것이다.

어윈 박사는 “아무리 총명한 학생이라도 컴퓨터를 전공하는 경우 첫해에는 이런 저런 문제로 인해 고전을 하게 되는데 이때 똑같은 문제를 놓고서도 남학생과 여학생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 차이는 바로 ‘자신감’이라는 것이 그녀의 지적이다. 즉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여학생은 그 문제를 해결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그것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기고 연구 프로그램을 떠나게 된다는 것.

그러나 남학생들은 그 문제가 자신들에게 있지 않고 교수나 테스트 자체에 있다고 여기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성공하는 일부 여학생들은 비공식적인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끔씩 자리를 함께 하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대 대학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여학생들이 매주 한번씩 점심 시간에 만나서 연구소에서 지내는데 따른 외로움을 달래고 서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한 예이다.

어윈 박사는 여학생들의 컴퓨터 전공 기피현상과 관련하여 만일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캐나다 산업계의 생산성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녀는 만약 캐나다 대학에서 여성 컴퓨터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할 경우 외국에서라도 국가가 여성 전문인력을 스카우트 해 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석 캐나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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