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구출작전 현장르포

빚안고 한국행, 취업사기로 클럽에 팔려

여권 뺏기고 산재에 불법체류자 낙인까지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구출팀이 찾던 베트남 여성 이주노동자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추후 확인 결과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취업사기를 당한 후 클럽에 넘겨져 감금됐다는 베트남 여성 이주노동자 구출작전은 지난 15일 인권단체와 경찰의 합동작전으로 진행됐다. 안양 전·진·상 복지관 이주노동자의집은 평택경찰서 담당 경관과 함께 제보자인 베트남 여성 칸을 동행시켜 그녀가 있던 경기도 송탄 소재 한 클럽을 불시에 방문했다.

제보자 칸은 송탄에서 문제의 클럽 위치를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지리도 잘 모르는 칸을 반신반의하며 따라가던 일행은 클럽 출입문 옆에 부착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사진에서 칸이 자신의 동료 ‘호아’를 발견하자 일단 칸의 말을 믿고 지하 클럽으로 들어갔다.

디제이와 웨이터, 웨이트리스들은 갑작스런 내국인 출입에 당황하여 웅성거렸으나 경찰이라는 신분을 확인하고는 지배인에게로 데려갔다. 일행의 질문에 지배인은 “사진 속의 그 여성이 고용된 사실은 있으나 현재는 도망친 상태”라며 “현재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서울 성수동 부근에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호아의 구출계획은 지난 해 6월 해외인력송출업체인 ‘모노원코리아’라는 에이전시를 통해 취업 목적으로 입국한 칸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여권을 찾기 위해 안양 전·진·상 복지관 이주노동자의집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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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칸과 그의 일행 5명은 입국 당시 취업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모노원코리아 사장에게 각각 5000달러를 냈다고 한다. 이 금액이면 베트남에서 농사를 지으며 20년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칸과 호아 등은 이웃과 친지들에게 빚까지 얻어가면서 이 돈을 마련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취업하면 한달에 600달러는 벌 수 있고, 따라서 1년 안에 그 돈을 복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후 처음 발 디딘 곳은 약속받은 봉제공장이 아닌 기지촌의 한 클럽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이 받은 비자도 연예흥행비자(E-6)였다.

첫날부터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무대에서 춤추는 것을 강요받자 칸씨는 다음 날 혼자 몰래 도망쳤다. 여권은 소지하지 않은 채였다. 이후 나머지 일행과 연락이 된 칸은 그들로부터 감금과 다름없는 상태에서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강제적으로 춤을 추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소위 매매춘 행위인 ‘2차’까지 가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베트남 여성들은 잇따라 탈출했고 결국 ‘호아’ 한 사람만 남게 됐다.

칸은 프레스공장에서 일하다 엄지손가락이 잘린 후 산재처리를 위해 여권을 찾는 게 급선무인 형편이다. 그러나 그간 함께 입국한 여성들로부터 클럽에서의 생활이 너무 고통스러워 자해를 하기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먼저 호아를 구출해 주도록 이주노동자의집에 호소했다.

이들은 돈도 못벌었다. 이들처럼 업소로 유입되는 이주노동자들은 업소측이 송출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하는 파견근로자다. 따라서 급여도 송출업체를 통해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칸을 포함한 베트남 여성들은 한 번도 급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작년 12월 경 모노원코리아가 노동부에 의해 강제로 폐업된 이후에는 여권마저 잃어버린 형편이 됐다.

박점관 이주노동자의집 소장은 “산업연수생은 물론이고 1% 정도를 제외한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입국과 동시에 여권을 자신을 고용한 업주에게 빼앗긴다”면서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은행업무를 보는 등 신분증명이 필요한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한다.

6개월 비자를 받은 칸씨는 물론 그와 함께 입국한 일행은 이미 불법체류자가 됐다. 호아씨를 구하기 위해 함께 한 일행 가운데 1년쯤 먼저 한국에 들어온 칸의 오빠, 통역을 위해 함께 나선 이주노동자 역시 현재 불법체류 상태다.

칸씨는 “돈 벌겠다는 생각 하나로 한국에 왔는데 돈은커녕 손가락마저 잘린 채 여권도 없는 불법체류자가 됐다”며 “호아는 어디에 있는지, 살아는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송탄에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나 박 소장은 베트남 호아씨의 집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호아씨 가족은 “5개월 째 호아로부터 서신이며 전화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아직 출국은 하지 않았음이 확인된 셈이다.

“호아씨나 칸씨 같은 피해자는 송출업체 허가를 내준 노동부, 이주노동자 관리를 해야 하는 법무부 등 한국 정부에 상당한 책임이 있습니다. 자유로운 상황이었으면 전화라도 하지 않았겠습니까.”

박 소장은 “성수동 일대를 다 뒤져서라도 호아씨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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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49-2876 afi21@hanmail.net

●대구 경북지역 : 구미 근로자문화센터 (모경순 사무처장)

(054)455-2816 kc2314@chollian.net

●부산 경남지역 :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정귀순 대표)

(051)802-3438 noja@kornet.net

●서울 경인지역 : 평등노조 이주지부 (이윤주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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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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