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수예반 그만둘래요…”

석진이가 울먹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몇 달 동안 활동하던 수예반 활동을 그만뒀다. 이유인 즉, 지난 시간에 예쁘게 만든 꽃바구니를 가지고 집에 갔다가 아버지께 많이 맞았다고 한다. 사내 녀석이 꽃이나 만지고 있다고 한심하다며 때리고 또 때리고... 아버지께 다시는 수예반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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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팠다. 수예반의 유일한 남학생이었고, 손재주도 좋아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빠르고 예쁘게 작품을 만들어내던 아이였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났다. 창의재량 시간에 꽃꽂이를 격주로 하기로 계획하고 희망자를 받아보았다. 남학생 지원자도 몇 있었으나, 부모님과 상의해서 학교에 오게 되면 영락없이 동의서 칸은 모두 ×다.

학교 교육의 효과인지 매스컴의 영향인지 이제 아이들의 의식은 직업이나 활동영역에 있어서 남녀의 구별을 크게 두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아이들의 꿈은 성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짓는 부모들의 전통적인 고정관념에 의해 꺾이곤 한다.

체육 관련 특기적성은 남학생이, 공예나 수예 관련 특기적성은 여학생이 지원하는 것이 의례적이라, 그 반대로 참가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친구들의 놀림이나 부모들의 만류로 저지당하곤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양성이 평등한 세상, 남녀 모두 특정한 성에 대하여 고정관념, 차별적 태도를 가지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자유의지로 삶을 계획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 아직 이른 바람인가.

울먹이며 자신이 하고픈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제2의 석진이가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수 잘 놓는 남학생이 놀림 받지 않는 세상, 운동 잘 하는 여학생을 곱게 봐주는 세상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

조희식/ 연세중학교 가정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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