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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직후 가장 뜨거운 경쟁이 붙는 곳은 바로 동아리와 학회들이다. 새내기들에게 자신의 동아리나 학회를 소개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새내기들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다. 예전에는 인원도 많고, 활발하게 진행이 되던 동아리,

학회들이 최근 몇 년간 새로운 성원들이 없어서 주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나온 농담들이 ‘그 많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다 종로로 갔나보다’(종로의 수많은 영어학원들)

그래서 동아리와 학회들은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말 강력한 ‘어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킹카 퀸카 100%’

‘맞선 주선’

‘미팅 소개팅 주선’

‘물 좋은 xxx’

‘밤에 잠자리 제공’

‘술고픈 새내기 대환영’

등등의 문구가 동아리방과 학회방이 밀집된 건물에 도배가 되어 있다.

이런 카피들이 많은 이유는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미팅, 소개팅으로 표상되는 ‘연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연애를 컨셉으로 내세운 동아리나 학회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와는 무관하다. 광고로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연애’라는 코드가 대학사회에서 얼마나 강력한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대학이라는 ‘연애 권하는 사회’ 속에서 연애는 더욱더 낭만적인 껍데기를 싸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사람들의 욕구에 맞게 ‘소비’될 뿐이다. 이 속에서 여성과 남성은 적극적인 소비자로서, 동시에 소비의 대상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의 성별권력 구조를 살펴본다면 위에서 제시한 광고들이 누가 말하고 있는 것이며,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를 좀 더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 동아리와 학회들은 남학생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수적인 의미를 넘어서더라도 동아리와 학회에서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선 주선’을 말하고 있는 발화자는 남성(선배)이고, 이것은 또 다른 남성(후배)에게 하는 말이다. 이 두 남성 사이에는 여성이라는 교환물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너네 동아리엔 예쁜 애들 많이 들어 왔냐?”“우리 동아리엔 이영애 닮은 애도 있고…” 서로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활발히 교환하며 잘해보라는 독려를 아끼지 않는 남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김한 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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