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주/한양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딸아이가 눈이 퉁퉁 부어서 집에 돌아왔다. 이유인즉 외할머니 댁에서 만난 할머니의 친구분으로부터 살을 빼라는 충고를 들었는데 표현이 조금 과격했던 모양이다.

그 날 이후로 굳은 결심을 한 딸아이는 매일 저녁 6시 이후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기, 바른 자세로 꼭꼭 오래 씹어먹기, 저녁에 30분씩 운동하기 등 세 가지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며칠 하다가 그만두겠지 하는 생각으로 무심히 넘겼는데 한 달이 넘도록 아이는 그 세 가지 지침을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해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달이 지난 지금은 몰라볼 정도로 살이 줄어들었다.

아이의 다이어트를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던 식구들은 아이의 집요한 의지에 혀를 내둘렀다. 어쨌거나 이 사건으로 아이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만들어진 열등감의 울타리를 벗어났고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나는 1년 전 대학원 수업을 받으며 제출한 논문에서 ‘다이어트를 자기 수양의 도구로 삼자’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뜬금없어 보였는지 주위에서 의아하게 여겼다. 다이어트가 여성들에게 미치는 폐해가 너무도 심각한 마당에 살빼기 전쟁으로 여자들을 몰고가는 다이어트로 웬 자기수양을 말하냐는 것일게다.

사실 여성학에 관심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맹목적인 몰두에 우려를 표명한다.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심리의 이면에는 남성의 기대와 시각에 자신의 욕구를 맞추고 있는 비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의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 활용하면 자기를 단련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가 진정 내 몸과 건강에 맞는 다이어트를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 쾌적한 신체 상태를 위한 것인지, 상대의 미적 기준에 맞추어 ‘수퍼모델형’ 다이어트를 기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에 귀 기울이면 다이어트도 충분히 자기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성찰 없는 다이어트는 자신에 대한 폭력이다. 그러기에 다이어트를 하기 전에 ‘마음의 다이어트’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수히 다이어트를 시행해 보지만 대부분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약물에 의존하거나 정도에 지나친 방법을 쓰게 되면 실패의 확률은 더 커지게 된다.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성찰을 극대화하고 자신의 욕구에 보다 솔직하고 진지해진다면 무분별한 다이어트로 목숨까지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대해 무지하고 폭력적일 때 마음도 나약해지기 마련이다. 스스로 선택한 자기만의 다이어트는 나를 바꿀 수 있는 값진 기회이다. 수많은 돈을 들인 다이어트보다 하루하루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내 딸아이의 아름다운 다이어트처럼….

※ 이번호부터 여성칼럼 필진이 새로 바뀝니다. 김상용 부산대 법대 교수, 민선주 위가 건축설계사무소 대표, 이은경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한지현 여성 NGO네트워크 코디네이터, 황은주 한양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등 6명이 앞으로 3개월간 여성칼럼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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