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대질심문 피해후유증 극대화시켜

성폭력 피해자는 심문 아닌 ‘치료’ 받아야

“정신과 의사는 아이에게 절대 대질을 시켜선 안 된다고 하는데 검사는 대질심문에 응하지 않으면 가해자가 무혐의로 나올 수 있다고 하니…”

최근 들어 아동성폭력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면서 피해아동의 부모들은 이제 피해사실을 숨기거나 참고만 있지 않는다. 그러나 법적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모들이 고소를 취하하거나 재판을 중단하기도 한다. 이유는 ‘자식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서’다.

작년 10월 출범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가족모임의 회원들은 “아동성폭력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과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 아느냐”며 “더 이상 아이를 법정에 세우지 말라”고 요구한다.

가족모임의 대표이자 유아성추행 사건으로는 최초로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판결을 받아낸 송영옥(43)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법원으로 가면 1년 넘게 걸려요. 그 동안 아이들과 부모가 겪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계속 끔찍한 상황을 되풀이해서 말해야 하는데 어떻게 상처가 치유될 수 있겠어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사는 원고와 피고 양쪽을 다 의심하고 추궁하게 되는데 아이들이나 정신지체 장애인이 버텨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해자 측 변호인이 ‘거짓말 아니냐?’고 집요하게 나오면 피해자는 스스로 확신이 떨어지면서 ‘내가 거짓말을 하나?’하는 환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해자와의 대질은 잔인한 방법이다. 가해자를 보면 볼수록 피해자는 약해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조중신 한국성폭력상담소 열림터 시설장은 “경찰에서, 검찰에서, 법원에서 계속 반복해서 진술해 나가는 동안 아이들은 기억도 흐릿해지고 스트레스도 커지기 때문에 더욱 불리해진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가족모임과 상담소 측에서는 유아성폭력이나 정신지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의 경우만이라도 ‘증거보전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증거보전’이란 수사 초기부터 판사가 개입해서 증거를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수사단계와 재판 때마다 피해자를 세워서 진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한 번 진술하도록 하고 그 진술을 녹음하고 비디오 자료로 남겨 향후 재판에 증거자료로 채택하게 하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184조 1항의 증거보전 청구권자는 검사와 피의자, 피고인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모임에선 이를 개정해서 피해자(고소인)와 피해자의 친권자(부모), 후견인이 증거보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초기에 판사가 개입한다 해도 아이와 정신지체 장애인의 진술에 대한 사실판단 여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하은주 성폭력상담소 상담부장은 “아이들은 낯선 사람 앞에선 얘기하지 않는다”며 “하물며 정신과 의사도 먼저 치료적 관계를 형성한 이후에야 피해자에게서 진술을 하나씩 받아내는데 경찰과 검찰, 판사의 재량만으로는 진실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옥 인권정책부장은 “심리상담가와 정신과·산부인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집단이 개입해서 경·검찰, 판사와 모두 함께 입회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이끌어내고 증거를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수사기관을 비롯한 법 집행기관에서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제도적인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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