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30분, 출근을 하자마자 많은 아이들이 보건실로 들이닥쳤다.

“선생님! 미연이가요... 흑흑 ...성폭행 당했대요. 어떻게 해요?”

처음엔 아이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가만, 좀 조용히 하고, 자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자.”

몇 년 전 근무하던 학교는 전교생 170명인 농촌마을의 소규모 학교였다. 학교가 도로변에 접하여 교통사고 위험이 있어서 교사들이 학생들 등하교 지도에 무척 신경을 쓰던 그림 같은 학교였다. 그런데 아침부터 무슨 날벼락이람!

아이들의 소란을 정리하고 미연이만 남기고 모두 교실로 돌려보냈다. 미연이는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미연이를 꼭 안아 주었다.

“괜찮아, 마음놓으렴, 이젠 괜찮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미연이의 눈동자를 보며 난 그 순간 그 말밖엔 할 수 없었다.

그때 교감선생님께서 “무슨 일입니까? 왜 아이들이 이렇게 소란스럽습니까?” 하시며 들어오셨다. 교감선생님껜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미연이를 안정시킨 후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농촌마을 아이들은 등교시간이 무척 빠르다. 부모님들이 일찍 일하러 가시므로 아이들도 덩달아 학교문이 열리기 바쁘게 학교를 온다. 그 날도 미연인 새벽잠도 덜 깬 상태에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섰는데 논둑길에서 만난 덩치 큰 중학생의 협박에 이끌려 마을 어귀의 빈집으로 끌려갔다는 것이었다.

미연이의 이야기가 학교 안에 소문이 나서 교실마다 아이들 수군거리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긴급 교직원회의가 열리고 일을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미연이었다. 다행스럽게 병원검진 결과 커다란 외상은 없었지만 미연이의 마음을 다독거려서 일상생활로 되돌아오게 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이 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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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폭행 사건을 겪으면서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다. 또 피해를 당한 아이를 주변 친구들이나 교사들이 따뜻하게 평소처럼 대해 주는 것이 가장 필요했었다. 성폭력 후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친구들이 이해하고 도와주면서 조금씩 나아졌던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학교에서 체계적인 성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힘든 일이다.

김유자/ 나주 왕곡초등학교 양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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