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당겨진 공연시간

오후 4시로 예정되어 있던 품바의 등장이 3시가 조금 넘어서자 그 에너지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점심식사 후부터 무대가 될 식당 전체를 점령하다시피 한 5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계속되는 성화에 못 이겨 사랑의 문화봉사단은 ‘공연 시간 엄수’란 평소의 원칙을 깰 수밖에 없었다.

움직이는 우리의 연극 품바

2002년 2월 26일 고수 손인구의 장단에 맞추어 앞풀이로 막이 오른 사랑의 문화봉사단 제 680회 공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날의 공연은 제11대 품바 이시찬씨의 공연이었는데, 그는 일찍이 인간문화재 강도근 선생으로부터 판소리를 사사받고 수백회가 넘는 전국 순회 및 해외 공연을 한 바 있고, 현재 방송 및 국악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소리꾼 중 하나이다. 공연은 관객들과 웃고 손뼉 치며 하나가 되어 가는 제 1마당에서 그 날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동냥 나가 밥 얻어먹는 제 2마당으로 자연스레 그 열정이 이어졌다.

품바란 일명 각설이타령이라고도 하는데, 각설이패가 부르던 타령으로 또한 장타령이라고도 한다. 옛날 거지나 문둥이들이 남의 집 앞이나 장터에서 손을 벌려 구걸할 때 부르던 잡가

인데 비애가 서린 타령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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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소외된 계층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웃음과 해학으로 엮어 가는 동냥치들의 구수한 입담 속에 담긴 날카로운 풍자로서 우리 모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품바야말로 명실 상부한 ‘움직이는 우리의 연극’이라 할 수 있겠다.

걸뱅이 마을에서의 결혼식이 벌어지는 제 3마당에서는 사랑의 문화봉사단 스태프 김정숙씨의 멋진 춤 솜씨 또한 곁들여져 한층 흥겨웠으며 함께 호흡하는 연극의 진수를 보여 주기도 하였다. 약 한시간 동안 무표정하기 이를 데 없는 무의탁 노인들에게 한없는 웃음과 울음을 선사하며 진행된 품바 공연에서 또 한번의 감동을 맞는 순간이었다..

베푸는 세상을 만들자

이 날 품바의 무대가 된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에 자리잡은 사회복지법인 자광원에는 약 80여명의 무의탁, 장애 노인들이 수용되어 있다. 20년 전부터 엄청난 사재를 털어 불교의 자비 정신과 경로효친 사상을 배경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정자 원장과 스무명의 직원 및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노인들은 그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랑의 문화봉사단과는 처음 인연을 맺은 기관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향해 마지막 큰절을 올리며 ‘산다는 것은 곧 베푼다는 것이고 우리 모두 베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품바의 외침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공연이었다.

<최정우 실무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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