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부 국가 여성들의 삶에 주목한다

서울여성영화제가 오는 4월 4일 개막식(오후 7시·동숭아트센터)을 시작으로 네 번째 막을 올린다. 97년 격년 행사로 시작돼 올해부터 연례행사로 바뀌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총 7개 부문에 걸쳐 21개국 80여편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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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램 발표 기자회견. <사진제공·서울여성영화제>

올 서울여성영화제가 화두로 삼은 주제는 페미니스트 영화/비디오 액티비즘이다.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고 그 현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정치적, 참여적, 급진적 액티비스트 비디오/영화들은 디지털 매체의 보급과 함께 현재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여성영화제는 ‘여성영상공동체’ 부문과 더불어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올해로 2회를 맞는 국제포럼은 “아시아에서의 여성주의 영화/비디오 액티비즘과 이미지의 권력”이라는 주제 아래 최근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란의 여성감독 타흐미네 밀라니와 아프가니스탄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단체인 라와(RAWA, 아프간여성혁명연합) 등을 초청해 페미니스트 영화/비디오 액티비즘에 대한 사례를 논의한다.

이번 영화제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타흐미네 밀라니는 그동안 ‘이슬람세계와 여성의 관계’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다루어왔다. 그는 최근작 <숨겨진 반쪽>으로 인해 이슬람 반혁명죄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대통령의 중재로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또한 올 여성영화제는 백인여성보다 비서구 주변부 국가 여성들의 삶을 그린 아시아 여성감독들의 영화에 주목한다. 신인 감독들의 영화가 두드러지는 것도 큰 특징이다. 최근 2년간 세계 전역에서 여성감독에 의해 제작된 영화들 중 우수 작품만을 선별해 상영하는 ‘새로운 물결’은 30여편의 중`단편을 주목할 만한 영화로 선정했다. 프로그래머 남인영씨는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고 5분 정도는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기준으로 선별된 많은 영화 가운데 특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멕시코 영화 <제비꽃 향기: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가장 놀라운 발견”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이 작품은 대도시 빈곤층 여성의 위태로운 삶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히 ‘재밌게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평가받는 킴 론지노토 감독의 <가출 소녀들>을 비롯해 성차의 문제를 계급 및 인종문제와 교차시킨 작품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샐리 포터, 아네스 바르다, 까뜨린느 브레이야, 제인 캠피온 등 세계 곳곳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감독들과의 진귀한 인터뷰로 구성된 <욕망을 영화화하기: 여성감독이 말하는 섹슈얼리티>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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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인 <제비꽃 향기: 아무도 믿지 않는다>, 타흐미네 밀라니 특별전의 <숨겨진 반쪽>, 한국영화회고전의 <반노>, 인도독립영화 <칼리 사와르>.(왼쪽부터)

‘아시아특별전’에서는 최근 인도에서 만들어진 여성주의적 영화들을 소개한다. 권은선 프로그래머는 “그동안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아시아 영화’가 극동아시아와 이란에 집중됐던 현상을 탈피하기 위해 시선을 인도로 돌렸다”고 말한다. 인도의 가장 비밀스런 풍습인 거세남들을 다룬 <봄베이 유너크>와 시골 출신의 창녀 술타나의 눈에 비친 도시의 모습을 그린 <칼리 사와르> 외에 몇 편이 추가될 예정이다.

여성영화제 중 유일하게 남성감독의 영화를 상영하는 ‘한국영화회고전’은 ‘성의 무법자로서의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남녀의 성과 성적 욕망에 대한 기존의 정의와 시각을 뒤집는 과감하고 전복적인 영화들을 선보인다. 양성구유자 여성의 비극을 그린 <사방지>(송경식 감독·이혜영 주연), 미혼모의 고통스런 기억과 성적 환타지를 담은 <야행>(김수용 감독·윤정희 주연), 남성을 성적으로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여성을 공포스럽게 그린 <묘녀>(홍파 감독·선우용녀 주연), B급 에로영화의 걸작 <반노>(이영실 감독·원미경 주연) 등이 소개된다.

특정 주제에 관한 영화들을 모아 소개하는 ‘딥 포커스’는 올해의 주제로 ‘걸 파워’를 선택했다. 1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젊은 여성들이 가진 성적 주체로서의 고민과 그들이 대안적 페미니즘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전망을 담은 여성주의 영화 4편이 선보인다.

여성영화제에서 유일한 경쟁부문인 단편경선에는 올해에도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홍콩, 일본, 태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아시아 지역에서 총 145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프로그래머 임성민씨는 “올해는 20대 초반 신인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엽기적인’ 영화적 소재들이 자주 등장해 재미있다”고 전한다. 여성영화에 대한 지향 정도, 단편영화가 갖는 참신성와 독창성, 앞으로의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 16편의 작품들이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들에게 소개된다.

영화제 규모가 커진 만큼 부대행사도 더욱 풍성해졌다. 4월 8일 저녁에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서 각기 활동하고 있는 여성영화인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아시아 여성영화인의 밤’이 준비되어 있고 한국영화 포럼(4월 10일) 및 딥 포커스 포럼(4월 11일) 등 부문별 포럼도 마련돼 있다. 여성뮤지션 이상은의 공연과 여성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무대 ‘씨네 콘서트’도 처음 선보인다(4월 9일 오후 7시 30분·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 서울여성영화제만의 행사인 놀이방도 올해는 운영시간을 오후까지 연장해 아줌마 관객들이 좀더 여유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예매는 3월 25일부터 시작되며 인터넷 예매도 가능하다. 관람료는 5천원이며 심야상영은 1만원.

문의 (02)588-5355 /www.wffis.or.kr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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