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애는 악마적’ 사고가 원인

성학대 상담 청소년 추행한 주교 사임

올해 들어 미국의 대중매체들은 카톨릭 성직자들의 청소년과 관계된 성비행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얼마 전 보스턴 카톨릭 성직자들의 청소년 성학대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9일자 뉴욕타임즈 등의 일간지는 플로리다 팜비치 교구의 카톨릭 주교가 27년 전 13세의 신학생이었던 크리스토퍼 딕슨을 성학대했다고 시인한 후 주교직을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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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은 안토니 오코넬이 주교가 되기 전에 그를 고소했지만 1996년 12만5천 달러의 합의금을 받고 이 사건을 비밀에 붙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곧 오코넬 신부가 주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다시 한번 카톨릭 교계제도의 위선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비밀에 붙이겠다는 약속을 깨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딕슨의 사연은 이러하다. 13세의 신학생이었던 그는 전에 신학교에서 두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한 일을 상담하기 위해 당시 오코넬 신부를 찾았다. 그러나 오코넬 신부는 오히려 딕슨을 자신과 함께 침대에 알몸으로 눕게 하고 성적 만족을 위한 행위를 하게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2, 3년에 걸쳐서 두세 차례 더 있었다.

이후 딕슨은 성직자가 되었으나 심한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렸다. 이에 교구에서는 그가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했는데 그때 과거에 성직자들로부터 받은 성학대로 인해 딕슨에게 큰 혼란과 분노가 쌓여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그 후 딕슨은 성직을 떠나 현재는 카톨릭 자선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카톨릭신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코넬 주교는 자신의 과오를 시인하면서 그 당시(1970년대) 미국 내에 일었던 성을 탐험하려는 분위기를 배경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남가주 일간지는 오코넬 주교가 자신이 25년 전 행한 행동으로 야기된 상처와 아픔, 고통 등에 대해서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고 강조해서 보도했다.

종교 성직자들의 독신제도 문제는 카톨릭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성문제는 독신 성직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런 사건을 대중매체를 통해서 듣게 되면 종교인들은 대개 세 가지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첫 번째는 일부 소수인의 잘못이고 종교적인 가르침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계속해서 자신의 신앙을 지켜가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부류는 교단의 위선을 깊이 느끼고 종교를 떠나게 된다. 세 번째 부류는 종교의 위선과 성직자, 혹은 목회자 제도의 권위가 만들어내는 성적인 비행을 깊이 이해하면서 종교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지적하는 사람들이다.

종교여성학을 공부하는 필자는 성직자들의 성학대 사건이 도처에서 일어남을 알게 된다. 불교는 예외라고 생각하면 큰 착오이다. 역사적으로 불교의 독신 승려제도도 위의 오코넬 주교의 사건과 흡사한 문제를 일으켜왔다. 아직 들추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특히 미국내 선불교 센터 지도승려들의 섹스스캔들은 미국의 불교인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여성학적 입장에서 볼 때 남성 성직자들이 권위를 이용해 여성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학대를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이것은 과오를 저지른 특정인들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권력남용의 문제이다. 성직자들이 가진 종교적인 권력이 빚어내는 성억압의 사례인 것이다.

우리는 종교 자체가 갖는 권위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한국인들은 왜 종교지도자들을 존중하다 못해 숭배하는가? 여성과 성애(sexuality)를 부정적이고 더러운 것으로 보는 인식이 독신제도나 금욕제도를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서 독신성직자, 수도자들이 결혼한 목회자들보다 더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근본에는 여성과 성애(sexuality)를 더럽고 악마적인 것으로 보는 이원론적 사고가 깔려있다. 진정으로 종교가 독신성직자, 수도자들의 성학대 문제를 포함하여 결혼한 목회자들의 종교적 권위를 이용한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성애를 들어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종교여성들은 더욱더 여성의 몸과 성애가 성스러운 것임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황혜숙/ 종교여성학자

Hye.Hwang@c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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