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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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방송생활을 하셨는데, 그것이 정 고문께 어떤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보시는지.

“제가 기자활동을 할 때는 자유롭지 못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국민이 원하는 뉴스를 위해서, 국민이 알고 싶은 진실 보도를 위해서 단어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시절 민주화에 대한 열정으로 학생운동도 해봤고, 30대에는 방송민주화에 대한 열정으로, 40대에는 정치에 참여해서 정치쇄신운동을 펼쳤습니다. 저는 제게 주어진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타파해 나가려는 열정과 용기를 갖고 행동으로 옮겼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막연하나마 ‘저 친구는 뭔가 바른 얘기를 하려고 하더라’ 하는 느낌이 신뢰의 기반이라고 봅니다. 그 점에서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대단한 책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한 이 신뢰는 결코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국회 회기내 결석률이 2등인 이유로 IT 산업 육성과 관련한 현장을 다니느라 그랬다고 했는데.

“디지털 혁명기는 1990년대 시작해서 30년쯤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전세계 확산과정에서 그 초기 진입 부분의 선두주자 그룹에 편입돼 있습니다. 우리 50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주변부·비주류가 아닌 중심부·주류로 나아갈 수 있는 아주 결정적인 기회를 만든 겁니다.

IT산업이야말로 21세기 우리의 비전입니다. IT비전으로 한국의 재도약을 꿈꾸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여성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핵심인 지식·정보노동은 정확한 수행능력,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감각 등을 요구하며 산업사회의 육체노동과 달리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정보화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어딨습니까.

저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이 IT산업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정보통신과학위원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정치인으로 IT비전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성의 생활정치 삶의 질 높여

- 여성부 출범 1년이 지났습니다. 현재와 같은 조직 규모로도 충분하다고 보시는지.

“예산도 늘리고 기능과 역할도 더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지식정보사회에서 과학, 기술, 정보, 문화산업 등 주요기간산업에서 여성인력의 활용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선 정부 각 부처 내에 있는 여성정책담당관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여성정책담당관실이 없는 부처는 설치를 추진해 각 부처 내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도록 하는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또 보육문제, 영유아교육문제 등은 여성의 일자리, 여성의 권한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통할 조정의 기능을 여성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치를 하신 지 6년 되셨습니다. 그동안 여성 정책과 관련해서 특기할만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유감스럽게 정동영이가 했다고 자랑할 만한 것은 없지만, 과거 국민회의와 현 민주당이 여성정책과 관련해서 그 어느 당보다도 진취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자신합니다. 저 또한 당 대변인으로서 누구보다도 앞장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여성이 정치를 함으로써 달라질 수 있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핀란드는 현재 각료 중 절반이 여성이라고 하더군요. 원래 핀란드가 여성천하는 아니었는데 10년 사이에 정치의 투명성으로 국가 경쟁력도 더불어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여성이 정치적으로 주도권을 갖기 시작한 때라고 하는데 저는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성 공직자의 부패사례는 없지 않습니까? 여성은 생활정치 지향적이지요. 교육 환경 인권 복지 등 정치의 내용이 삶의 질과 연결될 겁니다.”

- 고위 공직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한 수준인데, 대통령이 되신다면 여성들이 대거 장관으로 입문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겁니까?

“장식물 차원이나 여성 배려 차원 정도로는 양성평등 사회로 갈 수 없습니다. 지금은 여성이 전문적인 인력으로 배출된 시점이니까 구체적으로 여성들에게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열어주면 됩니다.

만약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성정권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 첫 단추는 역시 ‘정치’라고 봅니다. 그래서 정권을 구성할 때, 여성 대통령이 나와서 여성정권을 구성하는 그런 수준의, 다시 말하면 여성정권 수준에 버금가는 내각 구성과 정부 고위직 구성을 해볼 생각입니다.”

- 성공적인 여성정치인으로 추미애 의원과 박근혜 의원을 꼽았는데 그 근거가 뭔가요.

“지역구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작게 보면 지역이지만 크게 보면 국민들이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성공한 정치인이라고 보는 겁니다.”

-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호주제는 전통적 가치의 맹장꼬리같은 이미 퇴화된 제도입니다. 지난 10년 사이에 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는데 앞으로 몇 년 뒤에는 더 많이 바뀔 것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반대론과 신중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어떤 경우의 개혁이나 개선도 가능하면 최대한의 합일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사회적 비용이 적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단계적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

낙태는 제한적으로 찬성한다

- 낙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이십니까.

“종교는 가톨릭이지만 원하지 않는 임신 특히 미성년자의 임신 등 그 이후에 수반되는 개인의 부담, 사회적인 문제 등을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무제한으로 찬성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 저는 고고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졸업 1년을 앞두고 취업 때문에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취업하기 힘든 전공이네요.(웃음) 여대생들이 보통 인문계와 사범계에 치중돼 있는게 문제인데, 보다 적극적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 10년 뒤에는 ‘디지털’자 들어가는 것이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거든요. 그쪽으로 여대생들이 재배치되는 것이 중요하지요. 수요는 그쪽에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당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청년구직센터로 기능을 바꿔서 소액의 예산을 들여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지방대 출신들을 위해 공무원 시험에서 지방대학 할당제 등도 한시적으로나마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여성의 문제, 노령화 사회의 문제, 지방의 문제 등은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으로는 풀 수 없다고 본다는 정 고문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새로운 틀,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낡은 사고였기 때문에 사회전반적인 구조개혁 시스템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전반적인 대수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 첫 출발은 정치혁명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내는 쓴소리 마다않는 정치적 동반자

- 대통령의 배우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제 집사람은 비정치적인 사람입니다. 원래는 이렇게 인생을 살려고 하지 않은 사람인데...(웃음) 저 때문에 내 인생의 트랙에 맞춰 사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고부터는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료요, 정치적 동반자입니다. 대통령의 배우자상으로 바람직한 것은 역시 비판자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집사람에게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하잖습니까. 저도 집사람에게서 싫은 소리를 들으면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보다는 아내가 지적하면 받아들이기가 쉽죠.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아들만 둘이던데 결혼해서 며느리가 아이들을 키워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서 보육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웃음) 며느리든 딸이든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애만 키우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입니다. 인생의 보람을 아기 키우는 것에 두던 어머니 세대와는 다릅니다.”

- 교육문제와 관련하여 평준화 틀은 유지하되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수정하고 어떤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평준화를 당장 폐지하면 아이들은 실험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엄청난 부작용과 혼란이 밀려옵니다. 지난 40년 동안 교육정책은 해마다 바뀌어 왔어요. 아이들을 실험대상으로 다룰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의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직속 교육위원회를 만들어 대한민국 최고의 지혜와 역량과 깊이가 있는 전문가들이 한달이고 두달이고 일년이고 다시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기회 균등, 선택의 자유, 선택폭의 확대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립학교를 자율화하고 공립학교 중에서도 지방, 농촌의 학교에 대해서는 자율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의 경쟁력이 전국적으로 평준화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모르지만 제가 할 수 있다면 교육에 관한한 일대 전환, 일대 혁명을 해보고 싶다는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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