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포천중문의과대학 산부인과 예방의학교실 교수

10년 전 미국의 한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산부인과 동료들과 한참 처녀막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 때 함께 담소를 나누던 6∼7명의 미국의사 모두가 내게 처녀막을 어떻게 아느냐고 본인들은 절대로 구별 못한다고 의아해하는 바람에 나 혼자 “나는 처녀막이 어떻게 생긴지 안다”고 계속 주장하다가 머쓱해졌던 경험이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도 모르는 처녀막을 어찌 일반 남자들이 구별하여 처녀인지 아닌지 알아 수 있다고 큰소리 칠 수 있을까!

이제 얼토당토 않은 우리의 처녀막에 대한 환상을 깨보기로 하자.

처녀막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여성에게 위와 같은 자책과 불안감은 물론 끝이 없는 폭력적 불행과 불안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우선 용어부터 정리해 볼까나! 처녀막(Hymen). 누가 만들었는지 전문가 입장에서는 생각할수록 아주 곤란한 용어이다. 처녀를 상징하는 ‘막’이 자궁과 연결된 질 입구에 있어서 최초의 성관계를 할 때 이 막이 터져 피가 나게 되고, 이것이 ‘처녀임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무모한 믿음….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질구가 막으로 막혀 있으면 어찌 (처녀막이 확실히 있음직한) 10대 소녀들의 생리혈이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처녀막에 대한 잘못된 속설을 믿고 있는 사람 중에서는 월경에 대한 생각 따로, 처녀막에 대한 생각 따로인 경우가 많다. 월경과 처녀막은 별개라고 생각하면서 이에 대해 이상하다고 여기지는 않는 것이다. 생리 시 쓰는 탐폰을 보면서 이것은 처녀 아닌 사람만 쓰는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 하나도 안하고 마구 쓰다가 탐폰 때문에 처녀막 파열도 되고.

처녀막이란 막이 아니라 질 입구에 손가락이 통과할 정도의 구멍이 있는 ‘얇은 근육조직’이다. 반지를 떠올리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양은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처녀막 가운데 격막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처녀막의 근육조직이 두꺼워서 아무리 성관계를 해도 파열이 안되기도 한다. 근육조직이 너무 두꺼운 경우는 심지어 성관계가 잘 안되어 수술로 절개하기도 한다. 처녀막이 진짜 막으로 되어 있을 때도 있는데, 이때는 생리혈이 질 안에 고여 있어 오히려 문제가 된다. 그런가 하면, 신축성이 있어서 성관계를 많이 했음에도 여전히 처녀막이 건재한 사람도 있다. 또 일부 여성들은 처녀막이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한편, 처녀막은 자전거를 타거나 심한 운동을 하거나 월경 시 탐폰을 착용하면 쉽게 파열되기도 한다.

이제 의학계에서는 처녀막을 생리적 기능이 없는 곳으로 결론짓고 있을 정도다. 앞서 말했듯이 자연적으로 파열될 수도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성경험을 여러 번 하여도 파열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와 더불어 처녀막과 관련된 이상한 상식으로, 여성이 처음 성교를 할 때 처녀막의 파열로 고통을 느낀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처녀막이 질 입구를 막고 있고 그 두께가 두꺼운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어떤 여성들은 성교 시 처녀막이 파열되어도 전혀 고통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파열되지 않은 처녀막이 처녀성을 의미한다고 믿는 신경증적 집착 때문에 어리석게도 사실이 아닐 수 있는 허구적 믿음에 편집증적 반응을 보이는 꼴이다.

또 일부 여성들은 자신의 처녀막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처녀막을 재생시키는 웃지 못할 일

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월경일자와 맞추어 처녀임을 입증(?) 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과연 이렇게라도 처녀막이 파열되었음을 알아야 남자들은 행복할까?

‘처녀막’ 논의는 남성문화권의 한 사회적 산물이다. 그러니 처녀막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은 또 하나의 ‘여남동등’을 앞당기는 의식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된 처녀막 지식으로부터 부디 해방되자. 언제 어디서나 어떤 경우에나 편한 마음으로 삶을 즐기며 건강한 몸을 가꾸는 여성이 되자.

*이번호 부터는 안명옥 교수의 이야기 시리즈를 실습니다.

<내몸이 이상해요>Q&A는 앞으로 한달에 1~2회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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