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아주 낯설고 이해가 잘 안 되는 곳이 한 군데 있다.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마약거리다.

정식 지명은 헤이스팅으로 밴쿠버에서 가장 번화가인 다운타운의 동쪽 몇 블록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항상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어 처음 지나게 되면 거지 소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변 건물들도 모두 버려진 도시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마다 생기가 없고 머리는 더벅머리에 옷은 남루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범죄도 많이 일어나고 밴쿠버에서 유일하게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 한복판에 이런 별난 곳이 존속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마약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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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정부는 마약중독자들이 다른 곳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말고 이곳에 모여 거주하라는 취지에서 이들에게 최저 수준의 생활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 과거에 마약을 한 사실만 밝혀져도 중죄로 다스리는 한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지난 10여년간 무려 50여명의 여성들이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주로 매매춘 여성들이 대부분인데 대개의 경우 엄연히 가족도 존재하고 친구나 친지가

있는 여성들이다. 그런 여성들이 이곳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밴쿠버서 10여년간 여성 50명 실종

특별수사팀 돼지농장서 살인혐의자 체포

이처럼 여성들이 이곳에서 증발될 때마다 경찰에 신고가 됐지만 그동안 경찰은 이들이 마약을 하고 매매춘을 하는 여성들이라는 이유로 이렇다 하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올해 초 밴쿠버의 각 여성단체와 실종자 가족 친지들이 경찰에 거세게 항의를 했고 언론에서 이를 대서특필하자 뒤늦게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결국 지난달 11일 밴쿠버 경찰과 연방경찰이 4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밴쿠버 포트 코퀴틀람이라고 하는 곳에 있는 한 돼지사육장을 대상으로 보름 이상을 집중 수사해 오던 중 최근 이 돼지농장 주인을 살인혐의로 체포했다.

이 돼지농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목격자들이 수상하다고 신고해 온 곳으로서 얼마 전에는 피묻은 자루가 농장의 트레일러에 실려 있어 수상하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250여 가지의 각종 증거물들을 수집해서 DNA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이 농장 주인인 52세의 로버트 픽톤이 2명의 실종 여성들을 살해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 여성들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농장에서 수집된 DNA검사에서 픽톤의 살인혐의를 밝혀낸 것이다. 경찰은 아직도 계속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다른 여성들도 이곳에서 살해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돼지사육 농장은 10에이커 규모의 동물농장으로서 주변은 2미터 높이의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고 커다란 트레일러가 하우스처럼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얼마전 한 목격자는 이곳에 있는 돼지가 인체와 같은 이상한 물체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끔찍한 제보를 하기도 했다.

이번에 살인혐의로 구속된 픽톤씨는 아직은 자신의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 1997년에도 한 여성에게 식칼을 휘두르는 폭행을 가해 폭행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그의 동생인 데이빗 픽톤씨도 이 농장의 공동 주인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들 형제가 모두 연루된 사건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캐나다 언론들은 이번 사건 수사 과정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경찰이 얼마나 사건의 전모를 샅샅이 밝혀낼지 주목하고 있다.

주호석 캐나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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