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결혼에 의해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부인이 된 여성들.
지금도 ‘적군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또 다시 소외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전세계 언론의 주요 관심거리가 됐다. 그러나 외출, 교육, 직업활동금지 등 인간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하며 탈레반 정권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여성들은 때아닌 언론 속의 ‘아프가니스탄 호황’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특히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활동원을 남편으로 둔 여성들의 경우, 이들 대부분이 탈레반의 고문과 납치로 결혼을 강요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의 부인이었다는 이유로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탈레반 정권 아래서도 그리고 새 정권이 등장한 후에도 지옥같은 어둠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의 삶이 지난달 독일의 국영방송 체트데에프(ZDF)의 페미니스트 프로그램 ‘모나리자’를 통해 전파를 타게 됐다.
‘모나리자’에 의하면 오사마 빈 라덴을 추종하여 각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알카에다군들은 탈레반 정권시절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있으면서 이곳 여성들을 아내로 맞아 들였으며, 그 과정에서 강간, 폭력, 고문 등이 자행됐었다고 한다.
20살의 지마(Sima)도 이러한 강제결혼의 한 희생자이다. 지마는 17세 때 한 탈레반 병사로부터 결혼을 강요당했다.
그들은 그녀의 남동생을 감옥에 가두고 지마가 결혼을 승낙할 때까지 고문했다. 지마는 방송에서 폭행과 강간으로 점철된 3년간의 결혼생활은 ‘지옥’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남편을 사별한 세리파(Sherifa)는 자신의 아이들을 인질로 삼고 결혼을 강요했던 알카에다의 한 행동원과 결혼했다.
아랍출신으로 세리파와 다른 언어를 사용했던 이 남편에게 있어 결혼은 단지 그의 성적 만족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세리파는 남편으로부터 수시로 구타와 강간을 당하면서 자주 자살을 생각했으나 자기가 돌봐야 할 어린 세 자녀를 생각하며 견뎌왔다고 보고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지마나 세리파처럼 탈레반의 강제결혼에 의해 희생된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은 패전과 함께 남편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남으로써 남편의 폭력과 강간으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새 정부 하에서 그들은 적군의 부인이었다는 이유로 구호정책에서 제외되는 등 또 다른 소외를 겪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을 돕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성이 최근 ‘자유의 심부름꾼’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조한나 빌레펠트 대학 교육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