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첫시간의 교실 분위기는 다른 시간들과는 아주 다르다. 남학생, 여학생을 막론하고 뭔가를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아이들은 나를 반긴다.

“선생님이 왜 여러분 교실에 들어왔을까요?”

“성교육 하시러요.”

아이들은 웃으면서 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그래요. 선생님은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성교육을 하기 위하여 들어왔어요. 그럼 ‘성’이 무엇일까? 아는 사람 있어요?”

첫시간 분위기를 잡으면 거의 매번 용기있는 남학생이 웃으면서 “섹스죠, 뭐” 라고 대답을 하는 통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된다.

“아! 그래요. 그럼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없나요?”

한참을 웃고 난 아이들이 또 성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조용해진다. 그러면 어떤 아이들은 ‘김씨, 이씨, 박씨’라고 대답하기도 하는데 의도된 대답이 나올 때까지 나는 아이들에게 ‘성’이 뭔지를 계속해서 질문한다. 그러다 ‘남성, 여성’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때부터 나는 본격적인 성교육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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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이 무엇이며, 왜 성교육을 받아야 하고, 우리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등등...

어느 교실에서건 아이들은 ‘성’이 곧 ‘섹스’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바른 성교육이 필요한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옆의 친구와 나를 한번 잘 살펴보세요. 1년 전과는 다른 몸의 변화가 있나요?”

“그래요. 어떤 친구는 키가 더 자라기도 하고, 가슴도 나오고... 이런 변화는 사춘기가 되면서 우리 모두에게 나타나는 거예요. 남자아이는 남성이 되어가고 여자아이는 여성이 되어가는 것이랍니다. 여러분 중에는 지금 사춘기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 가까이 와있는 사람도 있고, 또 아직 저 멀리 있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마다 그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가 사춘기를 거칩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자신이 여자니까 여자에 대해서만, 남자니까 남자에 대해서만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성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이 다음에 이성친구를 이해할 수 있고 존중해 줄 수 있겠지요. 그리고 나중에 엄마가 되어 아들을 낳아 키울 때도 바르게 교육할 수 있겠지요. 성교육이란 바로 남성과 여성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랍니다.”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한 후에야 비로소 ‘성’은 곧 ‘섹스’라고 하는 그릇된 생각들이 깨어지면서 무언가 선생님으로부터 기대했던 것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언제나 나의 성교육 첫 시간은 이 설명을 먼저 하고 성에 관하여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성에 대하여 바른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성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또래집단과의 은밀한 공간에서 음란책자나 비디오테이프와 친구를 통해 그릇된 성지식을 먼저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여 성숙한 여성, 남성으로 완성되어 타인과 인격적으로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성에 대한 건전한 태도와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게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체계적이면서도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올바른 성교육을 실시하여야겠다.

<이신선/ 울산약수초등학교 양호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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